불황기 ‘포미족’ 는다… 스트레스 받는 나, 작은 사치로 보상

입력 2015-07-20 02:36

직장인 A씨는 점심식사 후 버릇처럼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신다. 바쁠 땐 점심을 2500원짜리 김밥 한 줄로 때우더라도 한 잔에 4000원이 넘는 프랜차이즈 커피는 포기할 수 없다. 오늘 하루도 정신없이 일하는 자신에게 주는 최소한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B씨는 최근 한정판으로 나온 ‘피규어’(모형 장난감)에 꽂혔다. 2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지만, B씨는 옷값을 줄여서라도 갖고야 말겠다고 다짐한다. 나란히 진열된 피규어를 상상하기만 해도 B씨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하다.

이런 소비성향을 보이는 이들을 가리켜 ‘포미(For me·나를 위한 사치)족’이라 부른다. 최근 포미족의 저변이 확대되는 것은 불황기의 특성인 ‘가치 소비’를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NH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19일 “본인이 즐기고 원하는 것에 한해 최고급 제품을 선호하는 불황기 소비패턴이 한국에서도 뚜렷해지고 있다”며 “작은 사치 소비의 주요 원인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자기보상심리”라고 진단했다. 고가의 자전거, 프리미엄 오디오, 애견 용품, 고급 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2000년대 초반 경기회복기에서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경기후퇴로 접어든 시점에 나타난 일본의 소비패턴과 유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한 구매욕구가 떨어지면서 큰 소비보다는 작은 사치를 통한 행복감, 먼 미래보다는 현재의 나에게 보상을 주려는 심리가 강화된다. 최근 불고 있는 ‘쿡방’(요리과정을 보여주는 방송)이 대표하는 ‘알뜰형 소비’와 함께 불황기의 소비패턴을 나타낸다.

소비패턴의 변화를 이끄는 또 다른 축은 ‘나홀로 소비’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소비성향에 맞는 편의점이나 인테리어 업종 관련주도 상승세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주가는 연초 7만6500원에서 지난 17일 20만2000원으로 164% 뛰어올랐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주가도 같은 기간 2만5650원에서 5만4000원으로 110% 상승했다. KB투자증권 양지혜 연구원은 “편의점 유통은 소비자들의 소량 구매 패턴 확산, 1∼2인 가구 증가 등 소비 트렌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꾸준히 신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하는 인테리어 관련 수요가 늘면서 건축자재 업종도 강세를 나타냈다. 에넥스(438%) 한샘(154%) 현대리바트(97%) 등이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