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속도로 중 유일하게 중앙분리대가 없고 급커브 구간이 많아 ‘죽음의 도로’라 불리는 88고속도로가 올해 말 왕복 4차선 확장공사 완공을 앞두고 또 한 번 비극적인 사고로 오명을 쓰게 됐다.
19일 전북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10시쯤 전북 남원시 아영면 88고속도로 하행선 지리산휴게소 입구 인근에서 오모(69)씨가 몰던 1t 트럭이 마주오던 5t 트럭과 정면충돌했다.
이 사고로 1t 트럭 운전자 오씨와 김모(61)씨 등 차량에 탔던 5명이 모두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들은 남원시 아영면 주민들로 동네 이웃 상가에 문상을 가는 길이었다. 경찰은 1t 트럭이 중앙선을 넘어 5t 트럭과 충돌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88고속도로는 영호남 간 화합을 다진다는 취지로 1984년 6월 27일 개통됐다. 전남 담양군에서 대구 달성군까지 181.9㎞를 잇고 있다. 개통 당시에는 국내 최초로 시멘트 콘크리트를 포장하고 나들목 대부분이 입체교차로가 설치된 최신식 고속도로였다. 처음엔 ‘동서고속도로’로 불렸으나 서울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이후 ‘88고속도로’로 바뀌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왕복 2차선인 데다 중앙분리대가 없고 급커브 구간이 많아 대형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100㎞당 사망자 수가 3.3명으로 전국 고속도로 평균(1.6명)의 두 배 이상이다.
사고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2008년 전 구간을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고 급커브 구간을 직선화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완공은 당초 2013년 예정이었으나 재정 확보의 어려움으로 2015년 12월로 미뤄졌다. 예정대로 2년 전 공사가 마무리됐다면 또 한 번의 비극적인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88고속도로는 ‘마(魔)의 도로’라고 불릴 만큼 위험한 구간이 많다. 이번 사고도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가 큰 사고로 이어졌다”며 “확장공사가 완공 전까지 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은 각별히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남원=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죽음의 도로’ 88고속도로서 또 비극… 트럭끼리 정면 충돌 5명 숨져, 이웃 문상 가던 동네 주민 참변
입력 2015-07-20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