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담합을 저지른 사료 회사에 대해 ‘이들 기업이 담합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담합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피눈물을 흘린 축산농 편에 서는 대신 부당 이득을 챙긴 대기업을 두둔한 것이다. 이후 이뤄진 공정위 심의에서 사료 회사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19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지난달 12일 이동필 장관 명의로 ‘사료가격 담합조사 관련 검토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농식품부는 의견서에서 “사료 시장의 경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사료업체 간 장기적·지속적인 담합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담합보다는 경쟁사의 가격 정보 탐색을 목적으로 가격정보 교환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또 “가격 협상력 측면에서 축산농가가 사료업체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담합이 아니라고 반발했던 카길 등 대형 사료 회사들의 입장과 동일하다. 농식품부는 이 의견서를 외부에 비공개 조치했다.
농식품부는 축산단체협의회의 탄원서를 접수받았기 때문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이 탄원서가 전체 축산농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대한한돈협회 등 18개 축산농 단체들은 “사료 기업들이 과징금을 사료 가격에 전가시킬 우려가 크다”며 사료 회사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회원 수 기준으로 국내 축산농가의 90%를 차지하는 전국한우협회는 이 탄원서에 동의하지 않았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담합으로 피눈물 흘렸던 농민 정서상 탄원서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농식품부는 전체 축산농 10명 중 9명의 의견과 정반대 입장에 선 셈이다. 사료 담합이 이뤄졌던 2006∼2010년은 사료값 폭등으로 축산농 자살이 잇따랐던 시기다.
같은 달 26일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카길 등 일부 사료 회사들은 농식품부의 공문을 근거로 무혐의를 주장했다. 공정위는 ‘담합 물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관련 매출액 13조3849억원 대비 0.58%에 불과한 773억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은 “농식품부 실무진이 탄원서를 접수하기 전인 4∼5월부터 검토 의견서를 작성하고 있었던 점에 비춰 탄원서는 사료 회사를 감싸기 위한 핑계일 뿐”이라며 “농식품부가 사료 회사의 대변인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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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농식품부 “사료회사 가격 담합 가능성 낮다”… 부당이득 기업들 두둔, 축산농 ‘피눈물’ 외면
입력 2015-07-20 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