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의 사활이 걸린 금호산업·금호타이어 인수전을 앞두고 계열사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전 계열사에 맞춤형 개선책을 강하게 주문하며 ‘500년 영속 기업’을 만들자고 촉구했다. 특히 실적이 부진한 금호타이어에 대해선 “직접 챙기겠다”고 나섰다.
박 회장은 17일 경기도 용인 금호아시아나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15 하반기 임원 전략세미나’에 참석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영속성을 지닌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기업이 영속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과거의 것에 대한 계승과 이를 변화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끊임없는 노력으로 그룹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며 향후 계열사들의 사업 재편을 시사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강연 중 가장 많은 시간을 금호타이어에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의 올해 1분기 실적 악화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경쟁사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품질, 생산, 기술력, 영업, 관리 등 전 분야에서 금호타이어의 수준이 하락하고 있다”며 “회사의 전략 방향부터 재정립이 필요하다. 앞으로 강력한 개혁을 통해 실적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현안을 직접 챙기겠다”고 선언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3월 말 박 회장의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을 대표이사직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채권단이 철회를 요구하면서 사흘 만에 이를 번복해야 했다. 재계에서는 박 회장의 그룹 내 통제력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와 관련해선 “채권단과 잘 협의해 조속히 마무리 지을 것”이라며 “인수·합병(M&A) 완료 이후가 더 중요한 만큼 실적 개선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단과 가격 협상을 앞두고 금호산업 재인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다.
세미나에 참가한 그룹 관계자는 19일 “박 회장의 모습에서 그룹 재건에 대한 절박함과 의욕, 그리고 비장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박삼구 회장 “금호타이어 직접 챙기겠다”
입력 2015-07-20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