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시위로 밀린 공사대금 받았는데… 하도급업체 40代 구속·돈도 반납

입력 2015-07-20 02:34
건설업계의 공사대금 체불 관행은 영세 하도급업체가 벗어나기에 너무 깊은 ‘늪’이었다. 고공시위로 공사비를 받아낸 하도급업자가 결국 구속되고 받아낸 돈도 토해내게 됐다.

황모(41)씨는 지난해 10월 A건설의 지하철 1호선 도봉산역 신축 현장에서 계약금 8900만원에 철거를 맡았다. 작업이 예상보다 늘어 황씨네 인부들은 계약기간보다 한 달여를 더 일했다. 초과 기간만큼 추가 대금을 요구하자 A건설은 “내년 7월 설계변경 허가가 나면 500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원래 추가될 대금은 1300만원이지만 설계변경으로 공사규모가 확대되면 건설사 수입이 많아져 하도급업체에 돌아가는 액수도 늘어나는 게 업계 관행이다.

5000만원을 받을 요량에 이 제안을 받아들인 황씨는 인부들과 다른 공사장을 떠돌며 6개월을 보냈다. 그러나 약속시한이 지나도록 A건설의 연락은 없었다. 문의했더니 “기다려 달라”고만 했고, 항의하자 “설계변경 승인이 안 났다. 1300만원만 주겠다”고 했다.

인부들이 임금체불에 항의하던 터라 그 돈이라도 받으려고 A건설 직원과 만난 지난 8일 황씨는 폭발했다. A건설은 “돈이 없다”며 600만원만 줬다. 봉투를 받아든 황씨는 식당에서 소주를 들이켰다. 이어 20m 높이의 도봉산역 철골구조물에 올라가 속옷 차림으로 소리를 질러댔다. “야, 이 XXX들아! 내 돈 5000만원 내놔라!”

금세 인파가 모였고 공기 매트가 펼쳐졌다. 전철 운행은 중단됐다. 황씨는 3시간을 넘겨 A건설이 가져온 5000만원을 받아들고 내려왔다. 하지만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황씨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코레일도 지하철 운행 중단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 중이다. 더구나 A건설은 “시민 불편 때문에 황씨가 내려오게 하려고 줬던 돈”이라며 5000만원을 다시 가져갔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