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진애] 해킹이 무서운 이유

입력 2015-07-20 00:20

‘해킹’이 무서운 이유는 간단하다. 언제 어디서 내가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이테크를 통한 감시는 수없이 영화 소재로 등장했다. 언제 어디서나 나를 감시하는 미래사회를 그린 ‘이퀄리브리엄’, 기계사회의 구조적 감시를 해체하려는 해킹 전사들의 모험을 보여준 ‘매트릭스’, 인공위성과 CCTV로 언제 어디서나 나를 보며 옭아매는 정보부 직원들의 음모를 다룬 ‘에너미 오브 더 스테이트’ 등.

그런데 이런 감시가 훨씬 더 쉽게 이루어지는 게 해킹이다. 컴퓨터와 그보다 더 일상 필수품인 스마트폰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한번 해킹 당하면 내 모든 파일뿐 아니라 내가 만나는 사람들도 다 노출되고 하물며 이 시대 필수 소통 매체인 카톡 친구들까지 다 털린다.

더 무서운 것은 내가 언제 어디서 정보원이 되어 버릴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내 폰이 해킹되면 내 폰을 이용해 주변까지 다 찍고 녹음할 수 있다니 나도 모르게 끄나풀이 되는 것이다. 여태까지 나왔던 어떤 SF영화들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게 이 해킹이다.

이번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이른바 악성코드를 깔기 위한 ‘미끼용’으로 영화 보기 무료 앱과 맛집, 동창회 명부 등의 첨부파일을 뿌린 것은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국정원의 해명대로 오직 해외용으로만 사용했다는 것을 믿는 국민은 30%에 불과하다. 그 30%는 대개 컴퓨터, 스마트폰과 다소 먼 실버층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사실은 실버층도 똑같이 해킹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요즘 대부분 스마트폰을 쓰거니와 카톡 등 SNS가 실버층의 좋은 친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스마트폰이 내 친구들을 감시하고 있다면 그 얼마나 무서운 상황이냐?

해킹이 더욱 무서운 것은 사회적으로 불신 바이러스가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 내 컴퓨터가 갑자기 꺼져 버렸다. “컴퓨터가 해킹된 거 아냐?” 순식간에 드는 의심이었다. “내 폰이 해킹된 거 아냐?”라는 의심까지 생겨 버리면 무서워서 어떻게 사나?

김진애(도시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