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난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 몇 분이 한반도 통일에 대해 점차 회의적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평소 남한 주도의 통일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던 분들이어서 새로운 숙제를 받은 기분이다. 핵을 포기하지 않을 북한과의 평화적 통일이 비현실적이라는 인식도 있지만 분단 70년이 경과하면서 북한 사람들의 인성과 가치관이 남한 사람들과 너무도 달라졌기 때문에 도저히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으로 통합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사실 우리 국민들을 상대로 한 각종 여론 조사 결과 역시 이러한 외국 전문가들의 진단이나 우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국민들은 세대별, 계층별, 지역별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가 갈수록 통일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식어가고 있다. 국민들 절반가량이 통일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으며 통일이 가능한 시기에 대해서도 아무리 짧게 잡아도 최소 20년 이상은 지나야 통일이 될 것이라는 응답자가 절반을 넘고 있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보듯이 평화적 통일이라고 하더라도 통일비용과 같은 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 때문에 통일을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모습이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2500만 북한 주민들과 5000만 남한 주민들 간에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통일을 기피하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통일시대의 주역인 청소년들과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통일에 대한 무관심과 부정적인 태도가 성인들 못지않게 크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서둘러 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새로운 통일비전이 제시되어야 하고 효율적인 통일 교육이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통일 한국의 미래에 대해 누구보다 기대와 열정으로 가득 차야 할 우리 청소년들이 통일에 대해 근거 없이 우려하고 걱정하고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디스와 같은 공신력 있는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통일 한국의 발전상을 매우 높이 평가하는 데 공감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우리 학교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며 이에 대해 우리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
현재 우리 청소년들의 학교 통일교육은 매우 빈약하다. 통일 교육시간이 연간 평균 4시간에 불과하고 통일교과 담당 교사들도 절대 부족하다. 대학에서 통일이나 북한 문제를 전공한 선생님들은 찾아볼 수 없고, 전국 1만1400개 초·중·고교 40만 교원 중에서 통일 관련 직무 교육은 1년에 700명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민들 소원이 통일인 나라에서 수백만 학생들의 학교 통일 현장교육에 편성된 국가 예산이 겨우 45억원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이 같은 우리 통일교육의 현실을 감안하면 워싱턴 전문가들이 우리의 통일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미안할 정도이다.
이제라도 통일문제에 대해 부정적이고 무관심한 우리 청소년들이 통일에 대해 호기심과 열정을 갖도록 교과 내용이 획기적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통일교육이 양과 질 양쪽으로 보강될 수 있도록 통일부와 교육부 그리고 각 지자체 교육청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야 한다. 또한 통일 교육의 방식도 문화 정서적 체험학습 등으로 다양화되어야 하고 학교 내에서만 이루어지던 통일 교육이 가정과 사회가 함께 연계된 교육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통일시대를 맞아 통일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이미 필수가 되었다. 우리 청소년들이 통일에 더욱 관심을 갖고 이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통일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통일리더십이 길러져야 한다. 미래 통일의 주역인 우리 청소년들로 하여금 마음껏 통일을 논의하고 행복한 통일을 준비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교육 환경과 프로그램들을 적극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한반도포커스-유호열] 통일교육은 통일준비의 첫걸음
입력 2015-07-20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