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 시작됐다. 기독교인은 어떤 휴가를 보낼 것인가.
국내 여행을 한다면 기독교 유적지도 한번 관심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
마침 올해는 언더우드·아펜젤러가 제물포에 내려 한국 선교를 시작한 지 꼭 130년이 된다.
국민일보는 휴가철을 맞아 해안가 인근의 대표적 기독교 유적지 6곳을 소개한다.
기독교 역사 현장을 걸으며 육체의 안식과 내면의 신앙도 점검해 보자. 장소는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소장 이덕주 교수)가 추천했다.
강화읍성공회성당 : 교회 종각에 있는 범종 1914년 영국에서 주조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관청리 422 ☏ 032-934-6171
강화는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린다. 이동 거리가 짧아 다양한 기독교 유적과 만날 수 있다.
강화 지역 기독교는 감리교와 성공회에 의해 시작됐다. 1892년 미국 감리교 존스 선교사가 강화읍 갑곶나루에 상륙한 게 시초다. 강화 최초 교회는 교산교회로 교항마을 초시 김상임과 그의 가족이 개종하면서 시작했다. 성공회 선교는 1893년 워너 선교사가 강화 외성 진해루 근처에서 집을 구입해 기도처로 사용하면서 출발했다.
1900년 지어진 강화읍성공회성당은 한옥식 건물로 외부는 배 모양이며, 내부는 바실리카 양식을 사용했다. 교회 종각에는 1914년 영국에서 주조된 범종이 달려 있으며 ‘신종(神鐘)’으로 불릴 정도로 소리가 맑았다 한다. 인근 온수리성공회성당(강화읍 온수리)도 한옥식으로 지어졌다. 1906년 영국인 주교 마크 트롤로프 신부가 건축했다.
경남선교 120주년 기념관 : 순직한 호주 선교사 묘원 영한사전 등 유품 전시
창원시 진동면 인곡리 산 167-3 ☏ 1577-0444
부산·경남 기독교는 호주와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시작됐다. 1893년 미국과 호주 선교사들이 함께 활동했으며 이후 10년 뒤부터는 선교지 분할 정책에 따라 경남 남서부는 호주 선교부가, 동부와 서부 일부는 미국 북장로교 선교부가 맡았다. 인구밀집 지역인 부산 동래 창원(구 마산)은 두 선교부의 공동 선교구역이었다. 창원공원묘원 내 ‘경남선교 120주년 기념관’은 호주 선교사들의 유품이 전시돼 있는 곳이다.
대지 247.5㎡(75평)위에 흰색 단층 건물로 지어진 기념관은 외벽을 유리로 마감해 밖에서도 볼 수 있다. 선교사들이 사용했던 성경책과 한영사전(1897년 출간), 부산진교회 당회록, 교회종 등이 눈길을 끈다. 1960년대 호주 선교사들이 마산 지역 미망인과 고아들을 돕기 위해 만든 수예품도 전시돼 있다. ‘순직 호주 선교사묘원’에는 최초의 호주 선교사 조셉 헨리 데이비스를 비롯해 모두 8명의 선교사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여수 애양원 : 한센병 환자 전문 의료기관 근처에 손양원 목사 기념관
전남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1번지 ☏ 061-682-9534
애양원은 미국 남장로교 선교부가 운영했던 한센병 환자 의료기관으로 지금도 몇 개의 유적이 남아 있다. 애양원 예배당과 애양원 역사관은 등록문화재로 등재돼 있어 그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애양원교회 뜰 옆의 ‘손양원 목사 순교 기념비’를 둘러보고 언덕을 내려가면 바닷가 오른쪽 양지편에 3개 봉분을 만난다. 손 목사 부부와 두 아들 동인, 동신이 누워 있는 곳이다. 거기서 조금만 더 가면 1994년 문을 연 손양원목사순교기념관이 있는데 여기엔 손 목사의 유물이 보관돼 있다.
손 목사는 1948년 애양원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하던 중 여순사건 때 두 아들을 잃었고 이어 자신도 1950년 순교했다. 애양원은 여수공항에서 2㎞ 동쪽에 위치해 있다. 율촌산업단지를 끼고 광양만을 조망할 수 있다.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 : 문 전도사 일대기·사료 순교와 관련한 영상물
전남 신안군 증도면 문준경길 234 ☏ 061-271-3455
2013년 개관한 순교기념관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세워졌다. 6654㎡(2031평) 대지 위에 기념관과 숙소동 등 2동의 건물로 건축됐으며, 지상 3층의 기념관에는 전시관과 사무실, 대예배실 및 세미나실이 마련돼 150∼200명이 한자리에서 영성훈련을 할 수 있다. 기념관 입구에는 한복 차림으로 왼손에 성경을 들고 있는 문준경 전도사의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동상 뒤로는 검은색 십자가가 걸려 있다. 전시관에는 문 전도사의 일대기와 사역을 정리한 설명문과 순교와 관련한 영상물 및 조형물 등을 볼 수 있다.
고(故) 문준경 전도사(1891∼1950)는 이성봉 목사를 만나 전도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그는 경성성서학원(현 서울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전남 신안군 일대에 100여개 교회를 설립하고 1950년 북한군에 의해 순교했다.
보령 고대도교회 : 섬에 복음 전한 獨 선교사 기념교회로 지정
충남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리 951 ☏ 041-932-2753
고대도는 복음의 첫 씨앗이 떨어진 복음의 기착지이다. 독일인 귀츨라프 선교사(1803∼1851)가 1832년 7월 25일부터 8월 12일까지 머물며 복음을 전한 곳이다. 그의 내한은 대동강에서 순교한 토마스 선교사보다 34년 앞섰고, 언더우드와 아펜젤러보다 53년 앞선 것이다. 안면도에서 남쪽으로 3㎞ 해상에 있는 고대도는 여의도 면적의 9분 1 정도로 작은 섬이다. 주변의 장고도 삽시도 원산도 등과 달리 사람들의 왕래가 드물다.
귀츨라프 선교사는 19일 동안 섬에 머물며 조선 국왕에게 통상청원서를 제출했으며 주민들에게 전도문서를 나눠주는 한편 감자 재배법도 가르쳤다. 고대도에 교회가 세워진 것은 귀츨라프 선교사가 다녀간 150년 후였다. 2001년 예장 합신 총회는 1982년 세워진 ‘고대도교회’를 귀츨라프 선교사기념교회로 지정했다. 교회에는 귀츨라프 선교사의 선교활동을 소개하는 전시관이 설치돼 있다.
제주 이기풍선교기념관 : 선교 업적 등 다양한 자료 금성·강병대교회도 가볼만
선교 업적 등 다양한 자료 금성·강병대교회도 가볼만
제주 기독교는 1908년 이기풍 목사의 선교로 시작됐다. 그 결과 6개월 만에 주일 출석 20명의 신자를 얻을 수 있었다. 여기엔 서울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가 예수를 믿은 김재원과 나중에 제주 출신 1호 목회자가 된 금성리교회(현 금성교회) 이도종 목사가 이기풍 목사에게 큰 힘이 됐다. 이후 금성리교회와 조천리교회, 성내교회가 잇따라 설립됐다. 미국 남장로회 선교부도 측면 지원했다.
이기풍선교기념관은 1998년 이기풍 목사의 제주 선교 업적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사료실에는 이기풍 목사 관련 자료가 전시돼 있다. 금성교회(제주시 애월읍 금성리 436-3번지)와 강병대교회(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3846)를 둘러봐도 좋겠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바닷가 오가는 길 기독교 유적을 만나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은 잠시… 안식과 위로를 얻다
입력 2015-07-18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