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삼성물산의 임시 주주총회가 개최된 서울 서초구 aT센터. 삼성그룹의 향후 지배구조 개편을 좌우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 결의를 앞둔 상황이라 건물 전체에 긴장감이 돌았다. 주총 예정시각은 오전 9시였지만 2시간 전부터 전국 각지에서 중장년층 소액주주들이 모여들었다. 일부는 1층에서 피켓 시위를 하며 ‘합병 반대’를 외치기도 했다. AP·로이터통신·알자지라·NHK 등 외신 기자들도 대거 몰려와 주총에 쏠린 전 세계의 시선을 실감케 했다.
주총은 예정된 시각에 시작되지 못했다. 삼성물산은 “위임장이 많아 원본 확인 작업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으니 먼저 도착한 주주들은 양해해 달라”는 안내방송을 연신 내보냈다. 개최가 늦어지면서 찬성과 반대로 갈라선 주주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오전 9시30분쯤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이 합병건을 첫 안건으로 상정하자 장내가 술렁였다. 주주의 의사진행 발언에서 엘리엇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넥서스의 최영익 변호사는 “합병안은 터무니없는 헐값에 삼성물산 주주들의 가치를 제일모직 주주들에게 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에 찬성하는 주주들은 미래 성장 가능성을 들었다.
1시간여 격론 끝에 표결이 시작됐고, 약 2시간 후 69%가 넘는 찬성률로 합병안이 가결됐다. 재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압도적 수치였다. 당초 재계에서는 찬성률 60%만 넘어도 ‘선방’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삼성물산이 42%가량의 우호 지분을 확고히 지킨 가운데 외국인 주주와 소액주주 표심이 찬반으로 갈라진 것이 삼성물산 승리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이로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9월 1일자로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으로 출범하게 됐다. 법인 사명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와 그룹 창업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사용한다.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서 위상을 갖춰 미래 신수종 사업을 주도하고 그룹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합병회사는 2020년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반대 주주 갈려 고성·격론… 삼성물산 주총 이모저모
입력 2015-07-18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