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남긴 교훈

입력 2015-07-18 00:13
삼성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싸움에서 완승을 거두었다. 엘리엇이 제동을 걸어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이 무사히 통과됐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17일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안을 승인했다. 엘리엇이 지분 7.12%를 갖고 있는 삼성물산 주총에서는 합병 승인 안건이 찬성률 69.53%로 가결됐다. 예상 밖의 압도적인 찬성률이다.

그간 법적 공방과 지분 확보에서 엘리엇과 치열한 싸움을 벌여온 삼성이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전폭적인 도움으로 ‘합병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이로써 삼성은 9월 1일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시키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가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실질적 지주사인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이번 사태는 삼성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는 후진적 지배구조를 탈피하지 않는 한 기업 사냥꾼들의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국 투기자본의 ‘먹튀’ 행태를 비난하기에 앞서 기업 스스로 그런 빌미를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 이번 분쟁도 주주 이익보다는 오너의 지배력 강화를 우선시한 삼성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아울러 주주 친화적 기업으로 변해야 한다. 삼성이 엘리엇의 공세 과정에서 주주 권익을 위한 거버넌스위원회 신설 등 주주 친화 정책을 발표했지만 미리미리 주주들과의 소통을 강화했으면 이런 정책이 떼밀려서 나오진 않았을 게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투명 경영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노력들이 선행돼야 차등의결권제 등의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이번 사태가 대기업들에 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