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지고 희생하니 소통이 됩디다. 이민목회를 희생으로 처음 시작했던 것처럼 끝도 희생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미국 대뉴욕지구 한인교회협의회(뉴욕교협) 회장 이재덕(61) 목사는 이민 목회자의 한 사람이자 이민 목회자들의 리더로서의 소회를 이렇게 전했다. ‘세계 경제의 심장’이라 불리는 거대 도시 뉴욕에서 40만 교민 사회의 소식통으로 불리는 그는 한인교회 연합기관의 대표였지만 첫인상은 소탈했다.
최근 뉴욕주 리틀넥 61번가 평화로운 주택가 사거리에 자리한 뉴욕교협 사무실에서 이 목사를 만났다. 그는 소명감 없이 사역하는 이민 목회자들의 현실을 지적하며 이민교회들이 희생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65년 미국 이민법이 개정되고 문호가 개방되면서 한국 이민자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동시에 뉴욕 일대에 한인교회들도 많이 세워졌고요. 이민 초기 1세대 목사님들이 한국에서 부활절 연합예배와 같은 추억을 떠올리다 초교파적으로 모여보자고 한 것이 계기가 되어 뉴욕교협이 탄생했습니다.”
그때가 75년 6월 27일. 그렇게 출범한 뉴욕교협은 40년 동안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그 중심에 이민교회의 희생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민교회는 이민 생활의 시작과 기초가 되는 곳입니다. 믿는 사람이든 안 믿는 사람이든 교회와 목회자의 도움으로 정착하게 됩니다. 목사 개인 차량이 구급차가 되기도 하고, 목사가 변호사나 세무사 역할을 할 때도 있습니다. 사모는 이모나 사촌 언니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전승하기 위해 이민 목회자들은 교육에도 힘썼다. 이 목사가 보여준 한인교회들 주보에는 교회주소, 예배시간과 함께 한글 교육부, 한글학교, 한국학교 등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한국어를 배우는 시간이 안내되어 있었다. 이민 2, 3세 자녀들을 위한 배려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뉴욕 이민 사회의 복음화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교회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이 목사의 설명이다.
“한때는 이민 사회의 50% 이상이 기독교인이었는데 그 절반으로 뚝 떨어졌어요. 매일 예배를 드리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교회에 모임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주일 낮 예배 말고는 모이기 힘든 교회들도 많습니다.”
영리 목적으로 목회를 하는 교회, 과열 경쟁을 부추기는 교회, 정치적 유혹에 빠진 교회들에 실망한 성도들이 교회를 등지고 있기 때문으로 그는 분석했다.
이 목사는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바로 ‘희생정신’을 회복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세속주의에 물들다보니 교회들도 빼앗기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고 희생이 사라지게 된 거라고 봅니다. 나부터 내려놓고 희생하겠다고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그러면 생각지 못한 길이 보이고, 소통의 실마리도 생길 겁니다.”
인터뷰 말미 이 목사는 부어있는 새끼 손가락을 보여줬다. 30년 전 미국으로 건너와 식당일 배달업 등 정착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일했던 그 시절에 생긴 ‘훈장’이다. 이 목사는 “지금도 삶에 대한 열정이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본다. 문제는 신앙 열정이 식어간다는 것”이라며 “이제는 이민교회가 쉼터를 넘어서 화합의 장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글·사진 최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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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뉴욕지구한인교회협의회 회장 이재덕 목사 “교포들 美 정착 뒤엔 목회자들 헌신 있었죠”
입력 2015-07-20 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