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시설 총기 피격에 4명 사망… 용의자 이슬람 심취

입력 2015-07-18 02:14

아랍 출신 20대 미국 시민권자가 미국 해군모집사무소에서 총격을 가해 해병 4명이 숨지고 경찰 등 3명이 다쳤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사살됐고, 배후는 드러나지 않았다. 미 당국은 테러사건으로 간주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30분 간격으로 총기 난사=16일 오전 10시45분쯤(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채터누가의 해군모집사무소에 포드 무스탕을 몰고 온 한 젊은이가 차에서 총을 난사했다. 수평으로 내리 갈긴 총에서 뿜어져 나온 총알은 해군모집사무소 벽에 수십개의 구멍을 내고 판유리를 박살냈다. 바로 옆 건물에 입주해있던 이동통신사 대리점 직원들은 총소리에 놀라 바닥에 몸을 던졌다.

용의자는 30분 후인 오전 11시15분쯤 이곳에서 11㎞쯤 떨어진 해군 예비역센터에 나타나 다시 총을 갈겼다. 7명의 사상자를 낸 용의자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다 그 자리에서 사살됐다.

용의자는 무함마드 유세프 압둘라지즈(24)로 쿠웨이트에서 태어나 요르단을 거쳐 미국으로 이민을 간 시민권자로 밝혀졌다. 압둘라지즈는 채터누가에서 고교와 대학을 졸업했다. 이웃들은 대부분 그를 “키가 크고 잘생겼으며 상냥하고 예의바른 평범한 젊은이로 기억하고 있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단독범행 가능성=아직 이 사건의 동기나 국제 테러단체와의 연계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에드 레인홀드 미 연방수사국(FBI) 수사관은 “테러사건으로 간주하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해군은 사건 현장 인근의 신병모집사무소를 일시 폐쇄했다.

압둘라지즈는 지난 4월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적이 있지만 미 당국이 감시하는 테러리스트 명단에 오른 적은 없다. 다만 그의 아버지가 수년 전 테러리스트와 연계 가능성이 있는 조직에 기부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기소되거나 처벌받지는 않았다.

당국의 조사결과 그의 가족은 테네시에서 가장 큰 도시인 채터누가의 중산층 주택가에서 10여년간 살았다. 콜로니얼슈즈 주민회장인 메리 윈터(32)는 “오랫동안 그의 가족들을 알고 지냈는데, 압둘라지즈가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이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압둘라지즈와 두 집 건너 살았던 이웃이라고 밝힌 딘 맥대니얼(59)은 “오래전 압둘라지즈 집에 아이를 맡기러 자주 드나들었다”면서 “엄격한 부모 밑에서 자라 예의바르고 상냥하며 또래들과 잘 어울리는 젊은이로 알았다”고 진술했다.

◇이슬람에 심취=하지만 그는 이슬람에 심취해 주변의 눈길을 끄는 언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극단주의 세력을 추적하는 단체인 SITE에 따르면 압둘라지즈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인생은 짧고 쓰다’ ‘무슬림들은 알라에게 복종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고교 졸업앨범에는 ‘내 이름이 국가안보에 경각심을 준다면 당신들은?’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달 초 쓴 글에는 ‘인생은 믿음을 테스트하는 것’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학창시절 단정한 모습과 달리 최근에는 턱수염을 기르고 다녔다는 게 주변의 증언이다.

이런 행적으로 미뤄 이번 사건도 최근 잇따르고 있는 종교에 심취한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가 범행을 저지른 이날은 이슬람교도들이 금식을 수행하는 라마단 기간(6월 18일∼7월 16일)의 마지막 날이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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