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1일부터 온 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이제 종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신규 환자는 12일째, 사망자는 6일째 발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보다 이른 다음달 2일쯤 사실상의 ‘종식 선언’을 검토하고 있다. 사회적 불안감과 피로감 누적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함이다. 사망자가 36명이나 나왔지만 2개월 만에 메르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메르스가 할퀸 상흔은 깊게 남아 있다.
보건복지부 심리위기지원단이 메르스 완치자 133명 중 상담이 진행된 10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절반가량(50.6%)이 불안 증세를, 41.8%가 우울증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5%에 해당하는 9명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이 심각해 일상생활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유가족을 대상으로도 조사를 벌였는데 71.2%가 슬픔을, 53.5%가 우울과 절망을 느끼고 있었으며 분노 감정을 호소하는 경우도 45.2%나 됐다. 임종을 지키지 못하고 장례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후유증이 컸다는 방증이다.
메르스 사태는 세월호 참사(2014년), 대구지하철 화재(2003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처럼 끔찍한 장면을 직접 목격한 대형 재난 사고가 아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사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공포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정신적 외상으로 인한 후유증을 뜻하는 ‘트라우마’는 심리상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취급할 수 없는 문제다. 완치자와 유가족은 물론 메르스가 발생한 병원 근무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심리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이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야 메르스가 진정으로 종식될 수 있다.
[사설] ‘메르스 트라우마’ 해소에 만전 기해야
입력 2015-07-18 0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