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초복을 지나 중복(23일)을 향해 치닫고 있다. 산도 좋지만 푹푹 찌는 여름엔 더위를 이기는 데 물놀이만한 게 없다. 전국 주요 해수욕장이 개장한 데 이어 17일 뚝섬, 여의도, 망원, 광나루, 잠실, 잠원 한강 야외 수영장 6곳과 양화, 난지 물놀이장 2곳이 문을 열었다. 너도나도 바다로, 풀장으로 물을 찾아 떠나는 요즘이다.
사계절 무더운 상하(常夏)의 나라 주민들은 물놀이에 친숙하다. 동남아시아 몇몇 나라에선 물놀이가 단순한 놀이 차원을 넘어 전 국민이 참여해 즐기는 축제로 승화됐다. 매년 4월 중순에 며칠씩 열리는 태국의 송크란, 라오스의 피 마이, 미얀마의 틴잔 축제가 그것이다. 우리의 설날처럼 4월은 이들 나라의 전통적인 새해에 해당되고 1년 중 가장 무더운 때여서 묵은해의 액운을 씻어내고 더위도 식힐 겸해서 한바탕 물 전쟁을 벌인다. 축제기간 전국은 물바다가 된다.
이때 이들 나라에 가면 물벼락 맞기 일쑤다. 축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아무에게나 물을 뿌리기 때문이다. 외국인이라고 예외는 없다. 틴잔 축제가 열리는 때에 맞춰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미얀마인들도 축제를 연다. 지난 4월 12일 경기도 부천에서 열린 올해 틴잔 물축제에는 국내 거주 미얀마인들이 1000명 넘게 참가, 성황을 이뤘다.
우리나라에서도 물축제가 열린다. 서울 서대문구는 18, 19일 이틀간 신촌 연세로에서 ‘2015 시티슬라이드 페스타’를 개최한다. 도심 한복판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행사장엔 길이 350m의 초대형 워터슬라이드가 설치됐다. 유료인 게 흠이지만 색다른 경험을 하려면 그만한 부담은 감수해야 할 것 같다. 다음주인 25일에는 역시 신촌에서 물총축제가 시작된다. 올해가 3회째다. 이튿날까지 계속되는 축제에 물총만 들고 가면 누구나 시원한 여름을 만끽할 수 있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다.
‘젊음의 거리’ 신촌이 우리나라 물축제 성지로 자리매김한 느낌이다. 신촌 물축제가 꾸준히 이어져 관광객 등에게 새로운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지친 현대인에게 삶의 여유와 활기를 되찾게 해주는 치유의 마당으로 발전하면 좋겠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한마당-이흥우] 신촌 물축제
입력 2015-07-18 0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