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하나님께서 요청하는 삶

입력 2015-07-18 00:49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보이신 후에 제자들과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 건너편으로 가십니다. 당시 기적을 체험한 제자들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아마 놀라워하며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했을 것입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그 날의 기적을 가슴에 품고 또 다른 꿈을 꾸려했을 것입니다.

제자들이 단꿈에 막 빠져들려는 순간 예수님은 그들을 깨워 게네사렛 땅으로 가라고 명령합니다. 캄캄한 밤중에 폭풍우가 몰아치는 호수 속으로 가라고 한 것입니다.

제자들은 ‘왜 이리 서두르실까’라며 무거운 걸음을 떼었겠지요. 오병이어 기적이 준 흥분을 더 누리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예수님께서는 야속하게도 재촉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빨리 깨워 현실로 돌아오도록 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배가 호수 한가운데서 역풍을 만나 풍랑에 시달리자 제자들은 공포에 빠졌습니다. 모두가 포기하고 지쳐 있을 때 갑자기 유령 같은 것이 물 위를 걸어 배로 접근합니다. 제자들은 각자 헛 것을 보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때 유령이 말을 건넵니다. “나다. 안심하여라. 겁낼 것 없다.” 유령이 한낮에 기적을 베푸신 예수님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제자들의 두려움은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들은 또 한번 꿈을 꾸는 것 같았을 것입니다.

이를 본 베드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이십니까. 그렇다면 저더러 물 위로 걸어오라고 하십시오.” 예수님께서 명령하자 베드로는 물 위로 걸어갑니다.

베드로가 보여준 믿음은 놀랍습니다. 예수님께서 명령하면 그대로 믿고 따르겠다는 그의 믿음은 인간의 생각을 뛰어넘습니다.

하지만 두려움을 느낀 순간 물에 빠집니다. 이렇듯 나약한 우리의 모습을 보신 예수님께서는 베드로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말씀하십니다. “왜 의심을 품었느냐. 그렇게도 믿음이 약하냐.”

예수님께서는 오병이어의 영광에만 묶여 있길 원치 않으십니다. ‘우리만의 천국’ 속에 갇혀 지긋이 눈감고 별세계에 빠져 살기를 원치 않으십니다. 그 영광을 마음에 담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길 원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우리가 나아가길 원하는 길은 만사형통이 아닙니다. 하지만 성령께서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길 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십니다.

우리가 고난과 시련 속에 있을 때에 다가오는 분이 계십니다. 그분은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는 우리에게 용기를 불어넣으며 어두운 곳에 빠졌을 때 손을 내밉니다. 우리는 그분을 마음으로 믿고 입으로 고백하여 구원에 이릅니다. 그분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지금도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자신만을 위해서 살지 말고, 호수 건너편 게네사렛 땅으로 건너가도록 요청하십니다. 그 말씀에 응답해 “주님은 참으로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라는 고백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홍영선 신부(대한성공회 수원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