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 간 협의 채널인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회의가 1년1개월 만에 개성에서 개최됐다. 양측은 북한의 일방적 발표로 촉발된 근로자 임금인상 문제 등을 두고 마라톤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안 도출에는 실패했다.
오랜만에 만난 탓에 양측은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 등 북측 대표단은 16일 오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이상민 통일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장 등 남측 대표단 5명을 맞았다. 이 단장이 가볍게 웃으며 “반갑습니다”며 악수를 청하자 박 부총국장은 살짝 미소만 짓고는 손을 놨다. 양측은 각자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 회담장으로 향했다. 공동취재단의 몇 차례 사진 요청에 박 부총국장은 “됐습니다”라며 거절했다.
경직된 분위기는 북한에 내린 단비 얘기로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박 부총국장이 “이번 초복에 평양에 퍼붓듯 비가 내렸다. 왕가뭄 끝에 단비가 좋은 효과를 줬다”고 말했다. 이 단장이 “메마른 남북관계에도 이번 회의가 단비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자 박 부총국장은 “이야기가 잘 이어지는 걸 보니 비교적 전망이 좋을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번 6차 회의는 오전 10시 전체회의에 이어 오후 수석대표 간 4차례 협상으로 진행됐다. 개성공단 임금 문제를 포함한 노동규정과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투자자산 보호 방안 및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과제 등이 주요 쟁점이었다.
지난해 11월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정한 노동규정에는 최저임금 결정 시 인상률 상한선(5%) 및 남측 관리위원회와의 합의절차 폐지, 남측 관리위의 노무관리 권한 축소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근거로 북한은 지난 2월 최저임금을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5.18%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은 남북이 협의해 운영한다’는 합의사항을 위반했다며 수용불가 방침을 밝혔다.
또 북한이 제기한 개성공단 통행질서 강화 문제도 논란을 일으켰다. 북한은 지난 8일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휴대전화, 신문·잡지 등의 물품을 반입하는 사례가 늘어난 만큼 적발 시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은 4차례 수석대표 간 회의를 통해 각 쟁점에 대한 세부적 논의를 진행했다. 통상 30여분 걸리던 회의 시간이 1시간 안팎으로 길어지면서 협상 타결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세부 사항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난항을 거듭하면서 끝내 협상은 결렬됐다. 양측은 다음 7차 회의 일정도 잡지 못한 채 회담장에서 철수했다.
개성공단 남북공동위는 2013년 8월 남북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를 채택하면서 출범했다. 하지만 얼어붙은 남북관계 탓에 지난해 6월 5차 회의 이후엔 열리지 못했다. 남북 당국 간 회담으로는 지난해 10월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김영철 북한 국방위원회 서기실 책임참사 겸 정찰총국장의 군사 당국자 접촉 이후 9개월 만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개성=공동취재단
[개성공단 남북공동위, 1년 만의 만남] 기약없이 돌아선 남북
입력 2015-07-17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