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원세훈(사진)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국정원 직원 이메일에서 나온 디지털 자료를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직선거법 위반 유무죄 여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대법원이 현 정부의 정치적 정당성과 연결되는 사안에서 증거법 논리를 내세워 실체 판단을 피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국정원법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관 13명의 만장일치 판결이다. 재판부는 “원심의 유죄 판단 부분은 이메일 첨부파일의 증거능력 인정을 전제로 한 것인데, 이 파일은 증거능력이 없어 원심 역시 유지될 수 없다”고 밝혔다.
디지털 자료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는 1, 2심에서 선거법 유무죄를 가른 결정적 변수였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 김모씨가 자신의 이메일에 보관하던 ‘425지논’과 ‘시큐리티’ 파일을 기초로 심리전단이 1157개 계정을 활용해 78만6698건의 트윗·리트윗을 했다고 기소했다. 김씨는 법정에서 “내가 그 파일을 만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1심은 두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2심은 업무상 필요에 따라 작성한 통상문서로 평가해야 한다며 증거능력을 부여했다. 대법원은 파일 내용의 상당 부분이 출처가 불분명하고 신변잡기나 조악한 내용도 있어 업무용으로 볼 수 없다며 2심을 다시 뒤집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이 정당성을 인정한 인터넷 댓글 2125건, 찬반 클릭 1214건, 1심 때 증거인 트윗·리트윗 11만3621건(175개 계정) 수준에서 선거법 위반 여부를 따질 것으로 보인다. 2심이 인정한 27만4800건(716개 계정)에서 증거 규모가 크게 축소되는 것이다. 1심처럼 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반면 검 찰은 남은 증거로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고법은 지난 2월 국정원법 및 선거법 위반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원 전 원장을 법정 구속했다. 대법원은 이날 원 전 원장의 보석 신청을 기각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대법 “원세훈 대선 개입 의혹 재심리하라”
입력 2015-07-17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