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취임 후 이명박정부 국정 보좌에 국정원 역량을 기울일 것을 강조해 왔다. 그릇된 ‘충성’ 기조는 정보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국정원은 원 전 원장 퇴임 뒤에도 각종 ‘일탈행동’으로 박근혜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6일 국정원 선거개입에 유무죄 판단을 하지 않으면서 박근혜정부는 집권 후반기에도 대선개입 의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어렵게 됐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전부터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개입 의혹에 휩싸였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박 대통령 취임 2개월여 만인 2013년 4월 국정원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국정원 압수수색은 2005년 8월 안기부 X파일 사건 이후 두 번째였다. 특별수사팀이 2013년 6월 원 전 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박근혜정부에 대한 정통성 시비는 더욱 거세졌다. 수사에 힘을 실었던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3개월 만에 혼외자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다. 야당 측은 혼외자 논란 배후로 국정원을 지목하기도 했다. 대선개입 의혹 재판에서 1심은 지난해 9월 선거법 위반에 무죄를, 2심은 지난 2월 유죄를 각각 선고했다. 재판 결과가 갈릴 때마다 여야가 각각 목소리를 높여 정국이 들썩였다.
국정원은 대선개입 의혹 재판이 진행 중인 와중에 또 ‘사고’를 쳤다.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씨 혐의를 입증하려고 각종 증거를 조작한 정황이 지난해 2월 드러났다. 다시 검찰 특별수사팀이 꾸려졌고, 국정원은 지난해 3월 사상 세 번째 압수수색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증거 조작은 유씨가 2013년 8월 1심에서 간첩 혐의 무죄를 받은 이후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증거 조작 혐의(허위공문서작성 등)로 국정원 직원 4명을 재판에 넘겼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하루 전인 지난해 4월 15일 증거 조작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지난해 9월에는 간첩 혐의로 기소된 홍모(41)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의 강제조사 관행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국정원은 최근 해킹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구입해 ‘민간인 사찰’에 이용한 것 아니냐는 새로운 의혹에도 휩싸여 있다. 2012년 대선을 7개월 앞두고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불거졌다. 야당은 15일 당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안철수)를 꾸리고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한 상태다. 국정원은 대북 감시용으로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했다는 입장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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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17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