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피해 소송 지원해온 美 의대 교수 3명 “한국 담뱃값 여전히 싼 편… 더 올릴 수 있어”

입력 2015-07-17 02:22
세계적 역학자 조너선 사멧 박사(오른쪽 두 번째) 등이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담배의 폐해, 중독성 그리고 담배회사의 책임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해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담배회사들은 대중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흡연자가 니코틴에 중독되도록 담배를 설계하고 있습니다.”(마이클 커밍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대 교수)

거대 담배회사에 맞서 수십년간 흡연 피해 소송을 지원해온 미국 의대 교수 3명이 한국을 찾았다. 건강보험공단과 대한금연학회 등이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담배의 폐해와 담배회사의 책임을 한목소리로 성토했다. 또 한국의 담뱃값이 여전히 싼 편이고 더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96년부터 흡연의 중독성을 연구해온 커밍스 교수는 그동안 100건 이상의 담배 소송에서 전문가로서 증언했다. 그는 금연이 어려운 건 흡연자 본인에게 책임이 있지만 담배회사의 책임도 크다고 강조했다. 중독성을 높이기 위해 암모니아 합성물 등 첨가물을 넣어 담배를 만든다는 것이다.

커밍스 교수는 6개월 전 인상된 국내 담뱃값과 관련해 “미국의 담배 1개비는 40∼60센트(400∼600원)”라며 “한국도 담뱃값에 세금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너선 사멧 서던캘리포니아대 국제보건연구소장도 “최근 인상한 사실을 알고 있지만 한국 국민의 소득을 고려하면 가격 한계선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는 “보통 담뱃값 10%를 올리면 흡연율이 4% 정도 떨어지므로 더 올리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멧 교수는 흡연 관련 연구 7000여건을 검토해 흡연이 폐암의 원인임을 밝혀냈다.

스탠튼 글란츠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의대 교수는 담배회사들이 제조·판매에 그치지 않고 대중과 정책 입안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담배회사들은 중독성과 심장질환 유발 가능성에 대해 60년대부터 알고 있었지만 90년대까지 이를 말하지 않았다”면서 “대신 과학적 연구 자료를 적극적으로 조작하고 고도의 전략으로 비정상적 거짓말을 만들어내 왔다”고 비판했다.

글란츠 교수는 이러한 사실을 담배회사 내부 문건을 통해 확인했다. 1994년 그의 연구실로 수천 쪽이 넘는 담배회사 내부 문건이 전달됐다.

담배회사 ‘브라운 앤드 윌리엄슨(BW)’을 대리하는 로펌의 한 직원이 원본을 복사해 글란츠 교수에게 보낸 것이다. 글란츠 교수는 “문건을 통해 담배회사들이 ‘흡연이 나쁘다는 것은 입증되지 않았으며 해가 되지 않는다’는 홍보 캠페인을 전개해왔음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자도 흡연자의 폐암 발생 확률이 크게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2.6년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은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보다 소세포폐암에 걸릴 확률이 11.1배 높다”고 발표했다.

건보공단은 지난해부터 담배회사를 상대로 폐암 치료비 537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글란츠 교수는 “성공하면 전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이 된다. 승소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