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됨에 따라 사실상 ‘포스트 신격호’의 경영권 승계가 확정됐다.
롯데그룹 후계 구도는 그동안 ‘일본은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 한국은 신동빈 회장’으로 굳어져 있었다. 그러나 롯데그룹 후계 구도 관련 이상 징후는 2013년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그룹 경영권을 놓고 동생과 계열사 지분 확보 경쟁을 벌이면서 분란이 커졌다. 신 전 부회장은 2013년 8월부터 약 1년간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상 중요한 위치에 있는 롯데제과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며 신 회장과 지분 확보 경쟁을 벌였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고령(93세)인 신 총괄회장 이후를 대비한 두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된 것으로 해석했다.
상황은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급격히 바뀌었다. 신 전 부회장이 주요 계열사 3곳의 이사직에서 해임된 데 이어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부회장직까지 모두 내놓게 되면서 사실상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된 것이다. 신 전 부회장 해임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의 인사를 결정한 사람이 신 총괄회장으로 알려지면서 ‘신 전 부회장이 후계구도 경쟁에서 사실상 탈락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신 회장은 이후 일본 롯데로 보폭을 넓히며 차분히 세력을 넓혀나갔다. 올해 일본 방문 횟수도 지난해보다 2배 정도 늘리며 조직을 다잡았다. 지난 3월 베트남에서 신 회장 주재로 한국·일본의 롯데 식품 계열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글로벌 식품 전략회의’는 신 회장이 일본 롯데를 장악한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 자리에서 일본 롯데홀딩스의 쓰쿠다 다카유키(72) 대표이사 사장은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원 롯데 원 리더(One Lotte, One Leader)’라고 쓰인 글을 들고 “한국과 일본 롯데는 한 명의 리더 아래서 협의하며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한국 롯데 관계자들은 “일본 롯데를 책임지는 쓰쿠다 사장이 신 회장을 공식 리더로 인정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달 도쿄에서 일본 금융 관계자 60여명을 상대로 열린 기업설명회도 신 회장이 직접 나서서 “기업은 성과를 보여야 한다. 일본 롯데도 분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까지 확실하게 챙기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셈이다.
이 같은 경영권 장악 과정은 신 총괄회장의 뜻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도 한국과 일본의 모든 사업을 책임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 간 다툼이 사실상 마무리된 만큼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한?일 양국의 롯데가 힘을 모아 더욱 발전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신동빈 회장 경영권 승계 의미] 차남 손 들어준 아버지… ‘원 롯데 원 리더’ 공표
입력 2015-07-17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