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 회동이 끝나갈 무렵 청와대 백악실엔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만 남았다.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정훈 정책위의장,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 참석자들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비서실장이 “다른 분들은 옆방에 가 계시는 게 좋겠다”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만들었다. 독대는 19분간 이어졌다. 이는 사전에 잡힌 일정이었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따로 만난 건 지난 4월 이후 딱 3개월만이다. 박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 출국 직전 김 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 거취 문제 수습을 당부했었다. 그리고 이날 배석자 없이 또 한번 김 대표를 만났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과정에서 드러난 여권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새출발해야 하는 시점에서다.
김 대표는 회동 후 국회 브리핑에서 “아주 좋은 분위기 속에서 나라 걱정하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다만 “(독대 때는) 주로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밝힌 점에 미뤄 당 운영 방향과 내년 총선 관련 언급이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와 가까운 의원은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이 갈라져 싸우는 걸 가장 싫어한다”며 “김 대표에게 협의와 합의를 통해 당을 이끌어달라고 특별히 당부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이후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잘 마무리하고, 큰 잡음 없이 당직 인선을 마친 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와 관련해 대통령의 이해를 구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오픈프라이머리가 시행되면 청와대나 친박이 공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야당의 협조 없이 법안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지난 10여년간 정치적으로 멀어졌다 가까워지기를 반복했다. 차떼기 대선자금 문제로 당이 몰락 직전까지 갔던 2005년 당시 박근혜 대표는 김 대표를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본선보다 치열했던 경선으로 평가받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도 김 대표는 박근혜 후보 캠프를 선두에서 이끌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면서 둘의 관계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은 공천에서 탈락하고 백의종군하고 있던 김 대표를 선거 캠프 총괄본부장으로 앉혔다. 과거사 문제로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을 때 김 대표가 구원투수로 등장한 셈이다.
한 당직자는 “당분간 당청에 훈풍이 불 것”이라면서도 “정기국회가 끝나고 총선 정국이 펼쳐지면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김 대표가 청와대의 하명만 듣고 온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했다.권지혜 기자 jhk@kmib.co.kr
[당청 ‘화합 회동’] 박 대통령-김무성 대표 19분 독대… ‘무대’에 힘실어줬다
입력 2015-07-17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