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방’에 열광하는 한국… 불황기 日 닮아가나

입력 2015-07-17 02:51

케이블채널 tvN의 ‘집밥 백선생’에서 생선 통조림을 활용한 요리법이 소개된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 동안 온라인 쇼핑사이트 G마켓에서 꽁치·고등어 통조림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배 이상 급증했다. 백선생(진행자 백종원씨)의 위력이다. 요식업자인 백씨가 요리 문외한들에게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간단한 레시피를 알려주는 이 프로그램은 6%대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다. 백씨는 MBC ‘마이리틀텔레비전’과 올리브TV ‘한식대첩3’ 등에도 출연해 상반기 방송가의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백씨가 나오는 프로그램과 JTBC ‘냉장고를 부탁해’, tvN ‘삼시세끼’ 등 쿡방(요리 과정을 보여주는 방송)의 인기가 대단하다. 출연자가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먹방’에서 진화된 모습이다. 이미 완성돼 있는 음식에 대한 눈요기를 넘어서 조리 과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볼 수 있는 CIY(Cook-It-Yourself)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쿡방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황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것이며, 얇아진 지갑을 감안해 적은 예산으로 직접 만들어 먹는 방법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NH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한국의 쿡방·먹방 열풍에서 과거 일본 불황기의 모습이 연상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1983년 일본에서 만화 ‘맛의 달인’이 구르메(식도락가를 뜻하는 프랑스어 gourmet) 붐을 일으켰고, 93년에는 요리 대결 프로그램 ‘요리의 철인’이 인기를 끌면서 스타 셰프가 나왔다. 이후 불황이 지속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뜻하는 ‘B급 구르메’가 관심 대상이 됐다. 이런 영향으로 일본 경기침체기(1990∼2003년)에 기본 식재료 관련 기업과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편의점 등의 주가가 여타 업종과 달리 상승했다.

김 연구원은 일본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기본 식재료 관련 기업의 매출이 불황일수록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 요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외식산업이 동반 확대돼 합리적 소비에 근거한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이 몰락하고 한식 뷔페가 부상하는 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다. NH투자증권 한슬기 연구원에 따르면 패밀리 레스토랑은 높은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해 점포 수가 줄고 있는 반면, 한식 뷔페는 저렴한 가격과 건강한 이미지 등이 부각돼 대기업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이영곤 투자정보팀장은 편의점에서 간편식을 사서 먹던 1인 가구 생활자들이 직접 요리를 해먹기 시작하면서 건강한 먹거리와 고급 식재료, 천연 조미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안타증권 김태홍 연구원은 쿡방 인기 속에 소포장 신선식품과 가정간편식(HMR)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식품 전문채널을 표방하는 NS쇼핑도 수혜주로 지목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