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기도한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10대 아들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배심원과 재판부는 검찰이 적용한 ‘존속상해치사’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검·경의 부실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조의연)는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A군(19)에게 배심원단 의견을 받아들여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A군의 폭행과 아버지 사망 원인 사이에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A군은 고등학교에 다니다 가구 시공 업체에 취직한 사실상 소년가장이었다. 직업이 없는 아버지는 거의 매일 술만 마셨고 처지를 비관해 수차례 자살을 기도했다. 지난 3월 1일에도 장롱에 목을 맸다. A군이 아버지를 발견하고 급히 끌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바닥에 내던져진 아버지는 “죽게 놔둬라. 죽여라”고 외쳤다.
화가 난 A군은 “제발 이러지 좀 마라”며 아버지를 발로 마구 찼다. 20여분 뒤 아버지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119에 신고했지만 아버지는 몇 시간 버티지 못하고 숨졌다. 부검 결과 사인은 갈비뼈 골절에 의한 흉부 출혈이었다. A군은 경찰에서 “내가 아버지를 죽였다”고 진술했다.
재판에서는 A군의 폭행이 직접 사인이었는지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A군 진술과 검안 보고서, 사망진단서 등을 근거로 “A군의 폭행이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선변호인은 “폭행 때문이라면 부검감정서 내용처럼 갈비뼈 여러 개가 일렬로 모두 골절되는 형태는 나타나기 어렵다”며 “A군이 목맨 아버지를 끌어내릴 때 바닥에 떨어진 충격 등 다른 원인으로 갈비뼈가 부러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맞섰다. 그는 “검찰이 A군 진술만 갖고 부검감정서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지적했다.
배심원단은 A군의 손을 들었다. 9명 중 2명만 존속상해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1명은 존속상해 혐의만 있다고 봤고 나머지 6명은 존속폭행 혐의만 인정했다. 재판부도 배심원 다수 의견을 받아들여 존속 폭행 혐의만 인정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아버지 폭행살해범 몰린 10代 아들 석방됐다
입력 2015-07-17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