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에 신당론이 걷잡을 수 없이 몰아치고 있다. 호남 출신 당원 100여명이 집단 탈당선언을 한 데 이어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16일 탈당을 공식화하면서 야권재편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동교동계 출신으로 3연속 도지사를 지낸 박 전 지사의 탈당 소식이 알려지자 당은 크게 출렁였다. 박 전 지사는 정동영 전 의원과 무소속 천정배 의원 이후 올해 탈당한 인사 가운데 가장 중량감 있는 인사다. 일각에선 그의 탈당이 현역의원들 연쇄 탈당으로 이어지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박 전 지사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새정치연합은 국민과 당원으로부터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특정세력에 의한 독선적·분열적 언행과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하는 행태 등에 국민과 당원들이 실망했다”고 했다. 친노(친노무현) 진영을 우회 비판한 것이다.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에 대해서도 “전혀 새롭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지난 4·29재보선 당시 무소속으로 당선된 천정배(사진) 의원을 지지했었다. 따라서 박 전 지사의 탈당은 당의 시선을 천 의원 쪽으로 돌려놓는 효과를 낳았다. 천 의원은 탈당 인사들과의 합류에 유보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새정치연합 현역의원들과의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천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정치연합 국회의원 중에 훌륭한 분이 많지 않냐. 기성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당내에선 비노(비노무현) 진영을 중심으로 ‘9∼10월 신당론’이 자주 거론된다. 주승용 의원은 전날 다른 라디오에 나와 “앞으로 2∼3개월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혁신안이 국민의 인정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당이 오는 10월 재·보궐 선거에서도 패배할 경우 정말로 신당이 출현할 것이라고 경고한 셈이다. 주 의원은 “마지막까지 분열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호남 민심이 ‘아니다’ 싶으면 신당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비주류 진영의 ‘문 대표 책임론’도 여전히 기세를 올린다. 탈당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지목되는 박주선 의원은 최근 “문 대표 사퇴를 전제로 혁신안을 마련하라”고 혁신위를 공격한 바 있다. 다른 비노계 중진 의원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친노가 잘못해 당이 엉망이 됐는데, 왜 우리가 나가야 하느냐. 이렇게 당을 운영하다간 문 대표가 먼저 짐을 싸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신당의 파괴력에 대해선 회의적 평가가 대부분이다. 호남에선 어느 정도 파괴력을 갖추겠지만, 현역 의원 탈당이 없는 상태에서 비호남권에서 돌풍을 일으키긴 힘들다는 것이다.
한편 문 대표는 박 전 지사의 탈당에 대한 의견을 묻는 취재진에게 “우리 당은 혁신에 전념해야 할 때이고, 국정원의 사찰·감시에 열심히 대응해야 될 때”라며 애써 외면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박준영 탈당이 신호탄?… 새정치 ‘신당론’ 불붙었다
입력 2015-07-17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