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노동당 당수선거 ‘골수 좌파’ 코르빈 돌풍

입력 2015-07-17 02:55

영국 노동당의 차기 당수에 반(反)긴축 기조의 강경파 사회주의자 제러미 코르빈(66·사진) 의원이 유력시되고 있다.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에서 반긴축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차기 당수 선거에서 코르빈 의원이 승리할 경우 영국 내 반긴축 움직임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일간 인디펜던트 등은 16일(현지시간) 노동당 차기 당수 선거 후보들 가운데 코르빈 의원이 뒤늦게 지지율이 뛰어오르는 ‘충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낮은 지지율로 패배가 확실시됐던 코르빈 의원은 젊은 층의 지지를 업고 앤디 번햄(45), 이베트 쿠퍼(46·여), 리즈 켄달(44·여) 등의 후보와 함께 당내 경선 4파전에 돌입했다.

노동당은 지난 5월 치러진 총선에서 ‘최근 30년간 있었던 선거 중 최악의 결과’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대패했다. 노동당은 올해 총선으로 의석수가 26석이나 줄어들었고, 당시 에드 밀리밴드 당수는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밀리밴드의 뒤를 이을 당수를 뽑기 위해 오는 9월 선거가 치러진다. 후보 등록 당시 번햄 의원은 68명, 쿠퍼 의원은 59명, 켄달 의원은 41명의 지지 서명을 받았다. 코르빈 의원은 가까스로 36명의 지지를 얻어 마감 직전에야 후보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현재 코르빈 의원의 지지율 상승세는 다른 후보들에게 두려움을 줄 만하다. 영국 시사주간지 뉴스테이츠맨은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코르빈 의원의 예상 득표율이 3명의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코르빈 의원은 등록금 폭등으로 빚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00억 파운드(약 18조원)의 펀드를 조성한다는 공약을 전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인디펜던트는 “코르빈 의원은 후보 4명 중에서도 ‘멀찍이 뒤떨어진’ 꼴찌였지만 본격적인 선거 운동을 시작하면서 지지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면서 “강한 반긴축 성향으로 젊은 당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있고 영국 최대 노조인 유나이트 등의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영국 보수당에 대해 늘 날선 비판을 해온 ‘골수 좌파’로 유명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옷차림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다른 정치인들이 정장 차림을 할 때 그는 넥타이를 매지 않고 다소 어울리지 않는 재킷을 입기를 좋아한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좌파 열풍은 비단 유럽만의 일이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에서도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민주당 버니 샌더스(73·버몬트) 상원의원이 선거에 뛰어들어 예상치 못했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에서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지지율 격차를 10% 포인트 미만으로 좁히면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코르빈 의원과 마찬가지로 당내 진보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