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민(53) 신임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요즘 매일 오후 서울시오페라단으로 출근한다. 김 단장이 연출을 맡아 오는 23∼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서울시오페라단의 ‘오르페오’ 연습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3일 임명된 김 단장은 오전에만 서울 예술의전당에 있는 국립오페라단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15일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만난 김 단장은 “국립오페라단에 대한 것은 묻지 말아 달라. 아직 업무 파악이 안 됐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어 “현재로서는 (국립오페라단과 관련해) 나 혼자만의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기보다 주변의 목소리를 최대한 수렴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김 단장이 한껏 몸을 낮춘 것은 지난 몇 달간 국립오페라단장 자리를 놓고 오페라계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일과 연관이 있다. 지난해 3월 김의준 전 단장이 사퇴한 이후 10개월 가까이 공석이었다가 지난 1월 성악가 한예진씨가 임명됐으나, 그는 경력조작 의혹과 자질 논란 등으로 취임 두 달도 안돼 물러났다. 이후 “성악가가 단장을 해야 한다”는 일부 성악과 교수와 민간 오페라단 단장의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경희대 연극영화과 교수인 김 단장을 임명했다. 이에 일부에서 “오페라계 외부의 인물” “오페라 연출 경험 부족” 등을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실 김 단장은 서울시오페라단의 시민참여형 오페라 ‘아이다’를 비롯해 몇몇 작품의 연출을 맡았지만 오페라 연출가로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주진 못했다. 따라서 이번에 김 단장의 연출력이 오페라계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이다. 김 단장은 “국립오페라단 단장으로 임명되면서 주변에서 이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기대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제 이름을 걸고 연출하는 만큼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은 “김 단장은 오페라 관련 책을 여러 권 저술하는 등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국립오페라단에서 좋은 오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오르페오’는 오페라계의 시조격인 이탈리아 작곡가 몬테베르디(1567∼1643)의 대표작으로 국내 초연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 부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해외에서 자주 공연되지만 국내에서는 바로크 초기 오페라의 생소함과 원전 연주의 어려움으로 인해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타이틀롤인 오르페오는 바리톤 한규원과 테너 김세일이 번갈아 맡으며, 에우리디체는 소프라노 정혜욱과 허진아가 연기한다.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인터뷰-김학민 신임 국립오페라단 단장] “오페라계 목소리 최대한 수렴하겠다”
입력 2015-07-17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