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오늘 크게 이기고 싶다”… 합병 주총 ‘운명의 날’

입력 2015-07-17 02:52

삼성그룹의 미래가 걸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의 날이 밝았다. 주총에서 합병안이 통과되면 오는 9월 1일 새로운 삼성물산이 탄생하게 된다. 합병안 통과에는 참석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 입장을 밝힌 점, 법원이 16일 합병을 반대하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한 점이 삼성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17일 각각 임시 주총을 열어 양사 합병계약 승인 안건을 주주 결의에 부친다. 삼성물산은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aT센터 5층 대회의실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제일모직은 같은 시각 중구 태평로 2가 삼성생명빌딩 1층 콘퍼런스홀에서 주주총회를 연다.

삼성물산 공시에 따르면 이번 주총 결의사항은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 현물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개정의 건, 중간배당을 하도록 결의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중간배당을 현물로도 할 수 있게 하는 정관 개정의 건 등 세 가지다.

관심이 집중된 삼성물산 주총장에는 오전 7시부터 주주들이 본인 확인을 거쳐 입장할 수 있다. 안전요원도 예년보다 많이 투입된다. 치열한 표 대결 속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은 15일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 참석에 앞서 “합병을 자신하고 있다. (엘리엇을) 크게 이기고 싶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대대적으로 광고를 게재한 뒤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얻는 데 일정부분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 입장을 그대로 유지한 것도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법원이 엘리엇의 두 가지 가처분 신청을 1, 2심 모두 기각하면서 국내 기관들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40부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낸 ‘주주총회 결의 금지’ 및 ‘KCC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원심처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약 0.35:1)은 현행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산정됐다”며 “이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에게는 손해를 주고, 제일모직 및 그 주주에게는 이익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합병안이 통과되려면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주총 참석률이 85%라고 가정하면 56.7%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삼성물산은 현재까지 특수관계인 지분 13.82%, 백기사로 나선 KCC 지분 5.96%와 찬성 입장을 정한 국민연금 지분 11.21%까지 합쳐 30.99%를 확보했다. 교직원공제회(0.45%) 사학연금(0.34%) 공무원연금(0.08%) 등도 잇따라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24.43%의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 중에도 상당수가 삼성에 위임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삼성물산 지분 7.12%로 3대 주주인 엘리엇은 비슷한 성향의 헤지펀드로 알려진 메이슨캐피털(2.2%)을 비롯해 일부 외국인의 지지를 얻고 있다.

한편 폴 싱어 엘리엇 회장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삼성물산 투자는 가치투자자로 시작한 것이지 행동주의(activist)로 시작한 게 아니었다”며 “합병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한 후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한승주 양민철 기자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