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20배 납 수돗물에 중국 정부 ‘묵묵부답’

입력 2015-07-17 02:02
수돗물 속 납에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적용되는 것일까. 납 수돗물에 대한 중국과 홍콩의 대처 자세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중국 수도 베이징 수돗물의 60%를 공급하는 단장커우 저수지 내 납 함유량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의 20배를 초과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중국 당국은 쉬쉬하고 있다. 1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과학원 우한식물원 장취안파 교수 등 중국 연구진은 단장커우 저수지 내 납 함유량이 2007∼2010년 ℓ당 200㎍을 초과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국제 환경잡지 ‘환경정보학 저널’을 통해서다. WHO의 안전기준치는 ℓ당 최고 10㎍이다. 중국 수자원 관리 부처인 수리부(水利部)는 지난달 단장커우 저수지의 납 함유량이 ℓ당 10∼50㎍인 2등급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장 교수는 현재 저수지 물을 마실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SCMP의 질문에 “내가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베이징시 수무국(水務局)도 연구 결과에 대해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이에 비해 홍콩 코우룬 지역의 일부 주택단지 수돗물에서 지난 4∼6월 WHO 기준치의 1.1∼3.8배에 이르는 납이 검출됐다는 보고서가 지난 5일 발표된 뒤 홍콩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홍콩 대다수 지역의 수돗물은 기준에 부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해당 지역의 경우 납 성분이 포함된 수도관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흥분한 해당 지역 주민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콩 당국은 일단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로 생수를 제공키로 하는 한편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원인 파악 및 대책 마련에 나섰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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