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속 교태전·함화당 사이 빈이 머물던 곳… ‘흥복전’ 100년 만에 복원된다

입력 2015-07-17 02:48

광화문에서 근정전으로 이어지는 경복궁 중앙라인의 뒤쪽, 교태전과 함화당 사이에 ‘흥복전(興復殿) 권역’이라고 이름 붙인 빈터가 있다. 흥복전은 빈이 생활하던 공간으로 외국 공사와 영사, 대신들의 접견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1917년 화재로 소실된 창덕궁을 중건하는 과정에서 목재를 조달하기 위해 경복궁 내 여러 건물과 함께 철거됐다.

경복궁 흥복전 권역(조감도)이 100년 만에 복원된다. 문화재청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경복궁 흥복전 권역에 대한 고증과 발굴조사를 마치고 8월부터 복원공사에 들어간다”고 16일 밝혔다. 흥복전을 포함해 동행각, 서행각, 북행각 등 건물 4동과 대문, 협문, 담장 등을 복원하는 이번 공사는 2018년까지 3년간 진행되며 총 208억원이 투입된다.

건화고건축 대표인 김석훈(58)씨가 복원에 사용될 목재를 기증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이날 오전 경기도 여주 건화고건축 목재보관소에서 김 대표로부터 흥복전 기둥으로 쓸 소나무 52본을 1차로 기증받았다.

문화재청이 받은 소나무는 김 대표가 강원도 강릉·삼척·양양과 경북 영양 등지에서 구입해 4년 정도 자연 건조한 것이다. 직경이 최대 1m에 이르는 소나무는 가로세로 각 30㎝ 크기로 자르는 제재 과정을 거친 뒤 대형 트럭에 실려 경복궁 부재창고로 운반됐다. 문화재청은 이번 기증을 통해 흥복전 권역에 들어갈 목재 486㎥ 가운데 14㎥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나무를 오랫동안 보관하면서 절실히 필요로 하는 장소가 나타나길 기다렸다”면서 “국산 소나무의 우수한 생명력이 문화재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증식에 참석한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경복궁 복원에 들어가는 목재를 수급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국민적 우려감이 커진 상황에서 우리 소나무를 기증받아 수백 년간 버틸 수 있는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됐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