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일과 쉼

입력 2015-07-17 00:34

미국의 과학 잡지 사이언스는 1993년 유전자 ‘p53’을 ‘올해의 물질’로 선정했습니다. 79년에 처음 발견된 이 유전자는 발암 유전자로 알려져 있었으나 보겔스타인 박사와 화이트 박사에 의해 항암 유전자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p53이 건강할 때는 손상된 다른 세포들을 통제해 변형된 세포를 만들지 못하도록 합니다. 이때 우리 몸에는 암이나 이상한 병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p53이 손상돼 다른 세포들의 변이나 나쁜 세포를 생성시키는 것을 못 막으면 우리 몸은 병에 걸립니다. 과학자들은 p53을 세포를 쉬게 해주는 휴식 유전자라고도 부릅니다. 건강한 세포는 세포를 쉬게 해주는 p53을 생산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세포는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암세포는 정상세포가 손상을 받아 ‘쉼의 유전자’인 p53이 생산되지 않아 쉴 수 없게 된 세포입니다. p53이 변이되거나 없어져 ‘쉼의 물질’이 생산되지 않는 것이지요. 과학자들은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같은 시험관에 넣고 암세포가 얼마나 빨리 정상세포를 정복하는지 실험했습니다.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암세포가 정상세포의 p53을 통해 정상세포로 회복된 겁니다. p53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쉼’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본문에서 제자들은 선교여행을 마치고 돌아옵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돌아왔다는 소문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옵니다. 이들은 식사할 시간조차 없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쉬라고 하십니다.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어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람은 육체·정신적으로 많은 일을 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휴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아셨습니다. 배를 타고 함께 한적한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배에서 내리자마자 많은 무리들이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쉬고자 했던 예수님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잠깐 쉬라고 하셨는데 그 잠깐의 쉼은 배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어떤 성서학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때 예수님께서 가졌던 유일한 쉼은 배 타고 가시면서 취했던 선상의 쉼이었을 것이다.” 누가복음 9장 10절에 따르면 예수님과 제자들은 갈릴리 호수 북동쪽으로 가려고 합니다. 짧은 거리입니다. 하지만 이 잠깐의 휴식이 예수님과 제자들에겐 필요했습니다. 예수님은 이 잠깐의 쉼을 통해서 얻은 삶의 에너지를 가지고 다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산적한 문제 앞에서 복음을 외치고 말씀의 사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쉼이 필요합니다. 쉼은 반성 묵상 대화 독서 기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합니다. 시간을 내서 묵상에 잠겨 보십시오. 숲 속을 걸어 보십시오. 별들을 응시해 보십시오. 당신이 받은 복을 세어 보십시오. 하나님만이 들을 수 있는 곳에서 찬양의 기도를 드려 보십시오. 사명을 더욱 잘 감당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길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하루하루 주님과 소통하며 쉼을 누리는 시간을 가져 보십시오.

이재훈 목사(파주루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