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메르어로 ‘공부’를 뜻하는 ‘리엔소우트’는 ‘외우다’이다. 여기서 ‘소우트’는 경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크메르어를 쓰는 캄보디아인에게 공부는 경전을 외우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이들에게 질문한다는 것은 전통을 거스르는 행위다. 경전에 토를 달 수 없으므로 질문이 있을 수 없다. 분석과 추리력은 당연히 떨어지게 된다.
지난 9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뚤툼펑 지역 한 공사 현장. 섭씨 33도를 웃도는 날씨 속에서도 인부들이 등짐을 지고 비계에 의지한 채 연신 계단을 오르내렸다. 캄보디아장로교신학대학교(캄장신) 공사 현장이다.
이날 이 대학 김재규(71·전 서울 성수교회 목사·조직신학) 총장, 김태권(52·캄장신 이사회 서기) 선교사, 윤계민(51·선교학) 이윤수(46·구약학) 교수 등이 현장을 방문했다. 캄보디아 역사를 바꿀 캠퍼스 신축을 위해 이들은 10여년간 기도해 왔다.
캄보디아에 복음이 들어온 것은 90여년 전이다. 한국인 선교사는 1993년 첫발을 내디뎠다. 지금 한국인 선교사가 700명에 달한다.
“캄보디아 크리스천은 2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1700만 인구 중 미미한 숫자죠. 캄보디아 전체 교회는 3200개이고 그중 장로교회는 361개입니다. 장로교회 가운데 조직교회가 5개, 기도처가 13개죠. 1만8000여명의 교인 중 장년은 8300여명입니다.”
김 총장은 캄보디아 선교 현황을 달달 외우고 있었다. 그만큼 사역지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캄장신 사역은 40여년 목회생활에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마지막 소명”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는 일본과 같은 복음의 불모지입니다. 동남아 국가는 우리나라 선교사들이 가장 많이 들어와 있어요. 그중 캄보디아는 파송 비율이 제일 높죠. 하지만 현지 교역자 양성이 더디다 보니 수도 프놈펜 중심의 선교활동이 되고 있어요. 캄장신이 지난해 개교 10년을 맞아 ‘동남아 최고의 신학교 설립’을 목표로 제2 도약을 선언한 배경입니다.”
현재 공정률은 45%다. 3992㎡ 부지에 예배당과 본관, 도서관, 기숙사 등 5개동이 1차 준공 목표다. 신학과 기독교교육학과 교회음악과 유아교육과 등이 개설된다. 이와 함께 신학 및 목회 석사과정의 대학원 과정도 들어선다. 캄보디아판 연세대학을 추구하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학위 인가를 받은 첫 4년제 미션스쿨이라고 보면 됩니다. 2002년 7개 장로교단이 연합, 이듬해 공의회를 세웠고 여기서 현지 교역자 양성의 필요성을 논의하게 됐죠. 이후 장로회는 독노회 결성 등으로 하나가 되면서 이 같은 역사를 차질 없이 진행하게 된 거죠. 분열 없는 연합의 결과입니다.”
선교지 신학교는 비인가이거나 개인에 의한 학교인 경우가 많다. 시설과 학사 운영 또한 체계가 잡히지 않아 정통성을 부여받기 힘들었다. 그러나 캄장신의 경우 1, 2대 전호진 총장(전 아세아연합신대 교수) 등이 뛰어난 교수진과 함께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구축했다. 또 지난해 학교 행정에 밝은 김 총장을 영입하면서 하드웨어 부분까지 보강에 나선 것이다.
김 총장은 “1970년대 이후 서울 중랑천과 청계천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평생 목회를 하면서 가난한 이들에게 어떤 선교적 접근을 해야 구원의 확신을 갖게 되는지 알게 됐다”며 “지금 캄보디아는 우리의 60, 70년대라고 보면 되고 이들에게 기독교 교육을 통한 복음 전달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60, 70년대 서울 중랑천·청계천 인근은 대표적 판자촌이었으나 그 어느 지역보다 성령의 은사가 활발했던 곳이기도 하다.
캄장신은 2008년 8월 첫 졸업생 10명을 배출했으며 올해는 150여명이 졸업할 예정이다. 캄장신 출범부터 학교 운영에 간여해 온 김태권 선교사는 “캠퍼스가 완성되면 매년 250명의 학생을 수용하게 될 것”이라며 “캄보디아 전통 교육의 장점과 서구식 토론 방식 수업을 통한 신학생 양성이 설립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편 캄보디아는 소승불교와 힌두교, 도교 등이 뒤섞여 다신사상이 팽배해 복음이 파고들기 쉽지 않으나 인근 국가들과 달리 기독교 선교에 대한 통제는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프놈펜=글·사진 전정희 선임기자
[얼굴] 7개 장로교단 연합 ‘캄보디아판 연세대’ 만들고 있습니다
입력 2015-07-18 0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