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국가부도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지난달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 채무를 갚지 못해 체납 상태에 빠진 데 이어 오는 20일까지 유럽중앙은행(ECB)에 35억 유로를 갚지 못하면 실질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게 된다.
그리스 국민은 지난 5일 국민투표를 통해 국제 채권단이 내놓은 긴축 협상안을 반대했다. 그러나 13일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그리스가 추가 개혁안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와 구제금융 협상을 개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유럽연합은 이번 사태를 놓고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까지 고민했지만 그리스가 긴축안을 이행할 경우 유로존 내에서 그리스를 회생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한 국가의 경제위기를 놓고 왜 유럽연합이 고민하고 있는가. 그 이유는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유럽경제가 벼랑 끝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 그리스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도 같은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므로 그리스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같은 처지에 있는 국가들의 태도변화가 잇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2012년 교인들과 함께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로 성지순례를 갔을 때 유럽에는 한창 경제가 무너질 것 같은 위기감이 감돌았다. 그리스에 갔을 때 가이드에게 현지 사정에 대해 물었다.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 세계는 그리스 경제에 대해서 큰 우려를 갖고 있는데 그리스인들은 전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당시 연금수령액이나 사회보장 수령액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고, 선진국 국민으로서 누렸던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탈리아나 포르투갈 스페인에 갔을 때에도 거의 동일한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만약 이 나라들이 국가 디폴트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긴축과 고용정책의 변화에 힘쓰고,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노력을 했다면 그리스나 유럽의 경제상황은 지금보다 나아졌을 것이다. 위기가 찾아왔음에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누군가가 해결해 주기만을 바란다면 원하는 해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고난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깨어 기도할 것을 당부하셨다. 수제자 세 사람을 데리고 겟세마네 동산에 오르셨을 때 함께 깨어 있지 못하고 잠든 제자들을 향해 “너희가 나와 함께 한 시간도 이렇게 깨어 있을 수 없더냐”며 책망하셨다. 제자들이 주님과 함께 깨어 기도하지 못한 이유는 ‘위기의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몇 차례에 걸쳐 말씀하셨지만 제자들은 전혀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주님에 대한 인간적인 기대와 욕망을 내려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주님이 잡히시던 날 밤 제각기 살길을 찾아 주님을 버리고 도망쳤다. 베드로는 주님을 세 번 부인하기까지 했다. 결국 주님의 제자훈련도 부도사태가 난 것이다.
우리는 정답을 몰라서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답은 아는데 내려놓고 싶지 않아서 실패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찌 국가만의 문제이겠는가. 개인도 가정도 교회도 내려놓음만이 위기극복의 길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스 발 경제위기가 걱정되는 이때에 우리는 어느 누구를 탓하기보다 한 번 더 내려놓음을 깊이 묵상하고 결단해야 할 것이다.
이창교 목사(창원 상남교회)
[시온의 소리-이창교] 위기의식과 내려놓음
입력 2015-07-17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