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부희령] 복날, 삼계탕을 먹으며

입력 2015-07-17 00:20

닭의 평균 수명은 종류에 따라 7년에서 30년 사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사람이 식용으로 키우는 닭은 보통 49일에서 550일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

육식동물이 생존을 위해 다른 동물을 먹는 것, 예를 들어 사자가 영양이나 얼룩말 같은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것에 대해 윤리적 판단이나 언급을 할 수는 없다. 사자는 살아남기 위해 사냥을 하는 것이지 다른 동물을 지배하고 억압하려는 목적으로 사냥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이 선이냐 악이냐를 따지는 일은 터무니없다.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다른 동물이나 식물을 먹는 것, 그리고 이미 문명이라는 것에 길들여졌으므로 일정 부분 자연을 파괴하며 살아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윤리적 판단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아마도 내가 닭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단지 생존하기 위해 동물을 먹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너무 많은 소와 닭과 돼지를 먹는다. 얼마 전에는 동물들이 도살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동물은 사람에게만 편리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즉 ‘인본주의’적으로 도살된다. 살아 있는 생물로서 배려를 받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사육당하고 또 죽는다. 동물에게 감각이 있고 감정으로 해석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존중되지 않을 뿐더러 철저히 무시된다.

미국에서 노예 제도가 사라지기 전 백인들은 흑인들이 그들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흑인이 사람이 아니라는 전제 아래서는, 이윤과 효율을 위한 착취와 억압이 인본주의적 행동이 될 수 있으니까.

SNS에 떠도는 고양이나 개들의 귀여운 사진을 볼 때마다 어떤 동물은 가족처럼 사랑받기 위해 존재하고, 어떤 동물은 효율적으로 소비되기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든다. 동물이라고 다 같은 동물은 아니다. 사람은 이미 서로를 탐욕스럽게 대하고 있지만, 동물에 대한 혹독함과 다정함에 있어서도 인본주의적으로 탐욕스럽다.

부희령(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