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박선자 교수에게 듣는다] “제철 음식 골고루 드세요”

입력 2015-07-20 02:11

암 치료에 있어 중요한 것이 환자의 영양관리이다. 때문에 환자 스스로의 관리뿐만 아니라 의료진과 가족 모두 영양관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보다 빨리 암을 치료할 수 있다. 이에 고신대복음병원 소화기내과 박선자(사진) 교수에게 암환자의 영양관리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박 교수는 실제 현장에서 말기 암환자들이 영양결핍 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체내에 암이 있는 경우 간이나 비장 그리고 면역체계와 관련된 장기들은 동화상태로 단백질을 축적하는 반면 근육·피부, 그리고 뼈 같은 장기는 단백질을 분해하기 때문에 이러한 작용들이 영양결핍을 더욱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는 “암 조직은 에너지적인 요구가 많다고 알려져 있으며, 암 자체도 포도당 흡수 및 산화의 장애를 통해 당 분해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면역체계에도 영향을 미쳐 비정상적인 대사 속도의 증가로 체중감소·영양결핍 등을 일으킨다”며 “특히 말기암 환자들은 악액질(cachexia)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임상적으로 이러한 악액질이 있는 환자들은 체중 감소, 식욕부진, 염증, 인슐린 저항성, 근육단백 분해 증가와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또 “암환자가 ‘먹기가 싫다, 입맛이 없다’는 식욕부진을 호소하는데 암 환자들의 흔한 증상이지만 경구나 경정맥영양보충에 의한 열량 섭취의 증가로는 소모 과정을 막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받은 후 영양불균형이나 영양결핍이 암환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박 교수는 “예를 들어 위암의 경우 수술 후 영양대사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수술 방식에 따라 수술 후 지방흡수나 칼슘흡수 장애가 발생할 수 있으며, 항암치료의 경우 합병증으로 올 수 있는 오심·구토·점막염 등으로 이차적인 영양불균형이나 영양결핍이 발생할 수 있다”며 “영양불량이나 영양섭취가 낮은 환자들의 경우 저용량의 항암제를 투여하더라도 치료로 인한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해 이후의 암치료 및 삶의 질에도 영향을 주고, 면역저하로 사소한 염증이 발생해도 이것이 패혈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박 교수의 환자 중에 평소 육식을 좋아하고 채소를 잘 안 먹던 환자인데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주위의 말을 듣고 채소만 먹어 입맛이 떨어지고 식욕도 더 없어져서 빈혈·체중감소·영양결핍으로 치료를 계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던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박 교수는 “암환자는 자신의 병이 무엇인지, 어느 단계인지, 어떤 치료가 행해지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거기에 따른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설령 병이 많이 진행되어 완치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좀 더 건강하고 오래 살기 위해서는 담당의사와 긴밀하게 상의하면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대체요법에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하면서 체력과 건강까지 나빠지는 경우도 흔히 있어 증명되지 않은 ‘카더라 통신(?)’에 너무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가족들이 고기는 안 된다, 뭐도 안 된다며 너무 제한해 영양이 너무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제철음식을 골고루 잘 먹고 영양이 잘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조언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