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흡연자 외면한 ‘반쪽 금연정책’… 저선량 CT 검진 의무화 절실

입력 2015-07-20 02:04
국내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이 무엇일까. 바로 ‘폐암’이다. 폐암은 발병률로만 본다면 남성은 위암, 대장암에 이어 3위, 여성은 5위이지만 ‘사망률’은 가장 높은 치명적인 암이다. 폐암은 증상이 발현됐을 때는 이미 다른 장기에 암세포가 퍼진 경우가 많아 다른 암에 비해 치료 예후가 좋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조기검진이 필요한 암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가 무료 5대 암 검진’ 항목에 사망률이 가장 높은 ‘폐암’은 제외돼 있다. 현재 국가 5대 암은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이다.

의료계는 폐암으로 인한 사망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흡연을 금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예방책이요, 10∼20년 이상 장기간 흡연자라면 암 조기검진을 통해 폐암 발병위험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문준 폐암학회 이사장(충남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은 “국가에서 폐암에 대한 조기진단을 위해 저선량 CT 검진을 의무화하면 암 발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폐암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저선량 CT’를 이용한 선별검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폐암 검진에 저선량 CT 검진을 권고하도록 명문화했다. 2011년 미국 국가폐암검진연구(NLST)에 따르면 저선량 CT를 이용한 폐암검진으로 사망률이 20% 가량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연구를 근거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폐암에 있어 저선량 CT검진이 의무화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폐암검진 권고안’을 통해 폐암검진에 대한 진료지침이 나왔다. 이 보고서에는 ‘30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는 55∼74세인 폐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저선량 흉부CT를 이용한 폐암선별검사를 매년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이를 위해 의료계는 담뱃값이 4500원으로 인상됨에 따라 늘어난 세수 5조원 중 일부를 폐암 조기검진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금연정책에 적극 나선다고 주장은 하지만, 장기 흡연자를 위한 대책 중 하나인 ‘폐암 조기 검진’에 대해서는 지원책이 마련돼 있지 않아 ‘반쪽짜리’ 금연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늘어난 재원을 금연 예방사업을 위해서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장기간 담배를 피워온 흡연자들을 위한 정책에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류정선 대한폐암학회 홍보이사(인하대병원 폐암센터 교수)는 “정부가 국민건강을 담보로 세금을 거두어들인다는 의심의 눈초리에서 벗어나려면 금연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담배관련 세수가 국제수준에 걸맞은 폐암진료환경 조성 및 보장성강화를 위하여 사용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가 암과 같은 4대 중증질환의 건강보험 보장성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폐암 등의 주요 암 검사 항목이 국가 무료 검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은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류 이사는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국제진료지침에 따른 일부 항암화학치료와 치료효과, 재발여부 판단에 효과적인 PET 검사의 보험급여를 제한하고 있어 진료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으며 보장성강화라는 측면에서도 역행하고 있다”며 “폐암 발병이 높은 사람들,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저선량 CT검진을 실시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1000억원에 불과하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으로 늘어난 세수를 폐암검진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