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다. 직장인이라면 일년에 거의 유일하게 일에서 벗어나 휴식모드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다.
일을 잊고 싶은 당신에게 이 책은 거꾸로 휴가지에서 당신에게 일이 갖는 의미는 뭔지 곱씹어 볼 걸 제안한다. 일을 주제로 쓴 여러 소설가들의 단편을 묶었다. 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앨리스 먼로에서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제임스 설터까지 세계적인 소설가 32인이 참여했다.
책의 편저자는 1996년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작가 리처드 포드(71)다. 2년 전 사건이 계기가 됐다. 칵테일파티에 초대 받은 그는 집 주인의 직업이 무척 궁금했다. 돌아온 답이 의외였다. “나는 일하지 않습니다. 일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과연 그럴까. 자신의 아버지를 생각하면, 한 사람의 직업을 그렇게 함부로 대해선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이라는 의미심장한 주제에 착안해 이 합작 소설집을 구상하게 됐다.
그에게 각인된 첫 직장인은 여행사 영업사원이었던 아버지다. 그의 부친은 대공황 여파가 한창이던 1935년에 그 일자리를 얻어 196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 일했다. 지독히 외롭고 답답한 일이었다. 보수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일은 생존을 뜻했고 가장의 책무였으며 자존심이었다. 그 시절은 모두가 그랬다.
이 소설집 속 주인공들에게도 일은 그런 것이다. 비루하지만 생존하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생의 무게다. 단편의 주인공들은 가게를 차리기 위해 은행 대출 창구에 앉아 있거나(맥스 애플 ‘사업 이야기’), 오는 월요일에는 사표를 던지겠다고 결심하며 금요일 밤을 보낸다(에드워드 P. 존스 ‘가게’). 사장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에 횡령과 분식회계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출판사 편집자가 있는가하면(제프리 유제니디스 ‘위대한 실험’),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러시아 문학을 읽는 알바생의 얘기도 있다(스튜어트 다이벡 ‘사워크라우트 수프’).
보통 사람과 다른 범주의 고민을 하는 이들도 있다. 짐 셰퍼드의 ‘미노타우루스’는 국방부 기밀 프로젝트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다룬다. 이들은 아내에게조차 자신의 일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평생 침묵’하며 살아야 한다.
여성들은 어떤가. ‘사업 이야기’에서는 삶이 지루해서 더 불안한 주인공 주부가 마침내 일을 하기로 하고 친구와 함께 냉동 요구르트 체인점 사업을 도모한다.
“부인처럼 젊은 여자가 사업의 사계에 뛰어들다니 멋지십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누가 돌보나요?”
어렵게 용기를 냈지만, 여성을 향한 편견이라는 이중벽을 넘어야 하는 것이다. 앨리스 먼로는 일하는 여성을 향한 여성끼리의 편견을 함축적으로 그려 역시 단편의 대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처럼 하나같이 녹록치 않게 자신의 일을 지켜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밥벌이의 지겨움’이 나 혼자의 만의 것은 아니구나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책은 ‘정시 출근해야 하고, 일거리를 집에 가져가고, 어떻게든 고용되어야하고, 때론 승진하거나 좌천하며’ 일을 지켜가는 당신에게 건네는 위로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책과 길-일은 소설에 맡기고…] 당신에게 있어 ‘일’이 갖는 의미는?
입력 2015-07-17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