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현재 그리스 부채가 ‘지속불가능’ 상태라면서 부채를 탕감하지 않으면 구제금융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돌려받을 수 없는’ 자금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그리스 3차 구제금융 협상안은 정부 고위 관리들의 줄사퇴 등 내부 갈등에도 그리스 의회에서 처리 수순에 들어갔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IMF는 “그리스의 채무가 상환 불가능한 상황이며 많은 채무 탕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유로존이 그리스에 채무를 줄여주지 않을 경우 구제금융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배포된 IMF 보고서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77% 수준인 그리스 부채가 2년 뒤 200%에 달해 이를 막기 위해서는 상환 유예기간을 30년까지 늘리거나 부채를 탕감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IMF가 밝힌 입장은 ‘빚더미’에 올라앉은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IMF가 추가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빠지게 되면 독일과 다른 유로존 채권국에 정치적·경제적으로 상당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스 의회는 이날 개혁법안 표결(한국시간 16일 오전 6시 이후)에 앞서 10시간가량 토론을 벌였다. 집권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내부의 반발이 적지 않지만 개혁법안은 차근차근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재무장관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합의안은 시리자가 반대한 신자유주의 정책이 반영된 것이지만 연간 이익 50만 유로(약 6억3000만원) 이상 기업에 연대세를 높이는 등 빈곤층 대신 부유층에 부담을 늘린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의원들을 설득했다.
그럼에도 시리자 내 강경파 ‘좌파연대’를 이끄는 파나기오티스 라파자니스 에너지부장관을 비롯해 시리자 의원 149명 중 40명 정도는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디아 발라바니 재무차관은 “합의안을 수용할 수 없기에 투표하지 않겠다”면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14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협상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크지만 총리직을 사임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스 의회는 이날 부가가치세 간소화, 과세기반 확대, 연금체계 장기 지속가능성 개선 조치, 통계청 법적 독립성 보장, 재정지출 자동 삭감 등 재정위원회 개혁법안을 처리하고 22일 민사소송 비용 절감 및 절차 간소화 등의 개혁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는 유로존이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를 위해 내걸었던 첫 번째 조건이다.
한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 자금을 이용해 그리스에 단기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U 재무장관들은 전날 회의를 열어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를 막기 위한 ‘브리지론’ 제공 방식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리스는 20일 유럽중앙은행(ECB)에 35억 유로(약 4조4060억원)를 상환해야 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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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16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