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할머니들이 먹는 음료수 병에 농약을 넣었을까.
경북 상주의 한 마을회관에서 14일 할머니 6명이 사이다를 나눠 마신 뒤 1명이 숨지고 4명이 중태에 빠지면서 사건을 둘러싼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15일 브리핑을 열고 농약이 섞인 음료를 마신 할머니들 중 김천의료원에서 치료를 받던 정모(86)씨가 이날 오전 7시10분쯤 숨졌다고 밝혔다. 한모(77)씨 등 4명은 위독한 상태이며, 신모(65)씨는 의식을 회복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일단 누군가 고의로 사이다병에 농약을 넣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문제의 사이다는 마을잔치가 열린 지난 13일 이 마을 이장과 주민들이 동네 슈퍼에서 콜라, 환타 등과 같이 산 것이다. 할머니들은 13일에도 이 사이다를 마셨고 당시에는 괜찮았으나 14일 오후에는 음료를 마신 6명이 모두 쓰러졌다. 이들이 마신 사이다병은 원래 뚜껑이 아닌 박카스병 뚜껑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 때문에 13일 밤부터 14일 오후(최초 신고시간 3시54분) 사이에 누군가 음료수에 농약을 탔을 것으로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무색무취의 이 농약은 진딧물과 담배나방 방제에 효과가 있어 고추농사 등에 주로 사용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독성농약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농약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잇따라 2012년 단종됐지만 암암리에 일부 농약상과 농민들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경찰은 마을 인근에 있는 농약상 6곳을 탐문수사 중이다. 이와 함께 냉장고에 먹다 남은 콜라와 환타도 수거해 분석하고 있다.
사건 당시 마을회관에는 모두 7명이 있었고 박모(83)씨를 제외한 6명이 농약이 든 사이다를 마셨다. 박씨는 집에서 밥을 먹고 왔고 음료수를 먹고 싶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사고 당시 마을회관에 있던 7명 중 신씨를 제외한 나머지는 마을회관에 자주 모이는 8명의 할머니 무리에 속해 있었다. 할머니들과 마을주민들과의 불화설도 돌았지만 경찰은 “그런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을잔치는 주민 5∼6명이 준비했고 20여명이 참석했다. 모두 25명 정도 모여 있었지만 특별한 다툼은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사건 현장인 마을회관에는 CCTV가 없고 마을에 들어오는 좁은 도로 1곳만 CCTV가 있을 뿐이다. 경찰은 이곳을 다닌 차들을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외지인을 봤다는 마을주민 진술은 없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누구 소행인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최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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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사이다’ 13일 밤∼14일 오후 몰래 탄 듯
입력 2015-07-16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