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빼돌리기 3軍 따로 없어… ‘별’ 22개 떨어졌다

입력 2015-07-16 02:06

비리사업 규모 9809억원, 기소된 전·현직 장교 37명, 전직 해군참모총장 2명 구속 기소, 구속된 장성급 인사들의 ‘별’ 22개, 수사 선상에 오른 인원 총 104명.

비리로 얼룩진 방위사업 분야의 적폐가 사정 당국의 합동수사로 낱낱이 드러났다. 237일에 걸친 수사로 확인된 비리사업 규모만 총 1조원에 달한다. 국민을 보위해야 할 군사무기 도입 과정에서 오히려 국민의 막대한 혈세가 낭비됐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15일 방산비리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21일 출범 후 8개월 가까이 진행된 수사를 종합한 결과다. 합수단은 무기도입사업 전반의 비리를 조망한 전반기 수사에 이어 하반기부터 규모가 큰 중대비리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방탄복부터 잠수함까지, 육·해·공 망라=방산비리는 무기 가격의 고하(高下)를 가리지 않았다. 방탄복, 소총, 야전상의 등 개인장비부터 잠수함, 공군 전자전훈련장비 등 첨단 무기사업까지 광범위한 비리가 도사리고 있었다. 주요 12개 비리 사례 중 해군의 비리사업 규모가 8402억여원으로 가장 컸다. 기소된 전·현직 장교도 해군이 37명 중 27명으로 가장 많았다. 육군이 4명, 공군은 6명이다.

비리 수법은 각양각색이었다. 전·현직 장교들이 공문서를 변조해 특정 야전상의 납품 업체에 물량을 몰아주는가 하면,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은 STX그룹에 수주 편의를 봐주고 7억7000만원을 수수했다. 비리 죄명으로 문서 위·변조(25건)가 가장 많았고 사기(23), 뇌물(21) 등이 뒤를 이었다. 합수단은 범죄수익도 추적해 환수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7명에 대해 아파트 등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추징보전 조치했다. 1100억원대 공군 훈련장비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은 서울 성북동 자택 등이 가압류됐다.

◇10년 지속된 비리, 기무사도 연루=합수단은 주요 방산비리가 길게는 10여년 전부터 지속돼온 사실을 파악했다. ‘잠수 못하는 잠수함’이라는 오명을 얻었던 장보고-Ⅱ 잠수함은 2006년 6월 인수평가부터 부정 청탁이 오갔다.

합수단은 방산비리의 구조적 원인으로 방위사업의 폐쇄성을 꼽았다. 사업 자체가 군사기밀이라 접근·감시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수사관할상 군검찰은 민간 무기중개상에, 검찰은 군 수사에 한계가 있는 점도 원인이다.

방위사업을 최종 통제해야 할 방위사업청이 인사권을 쥔 군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방산업체를 점검하는 기무사령부 직원들이 오히려 업체 대표에게 군 기밀을 넘기는 등 기강해이도 심각했다. 예비역 장교들이 방산업체에 취직해 ‘후배’ 장교들에게 청탁하는 유착고리를 깨는 일도 과제로 남았다.

◇‘선택과 집중’ 대형비리 파헤친다=합수단은 연말까지 규모가 큰 대형 무기중개 비리 및 군 최고위층 연루 여부 등에 수사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도입 무기 종류가 결정되는 사업 초기단계의 로비를 적발하는 것도 과제다. 김양(62) 전 국가보훈처장은 이날 해군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 도입 비리로 구속 기소됐다. 군 관계자 로비 대가로 고문료 14억여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다. 전직 장관급 인사가 방산비리 수사로 구속 기소된 건 처음이다.

합수단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1세대 무기중개상’ 정의승(76) 전 유비엠텍 대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정씨는 해외 업체서 받은 무기 중개료를 홍콩 등 페이퍼컴퍼니에 숨겨 1000억원대 재산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