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5일 발표한 경영쇄신 방안은 ‘벼랑 끝 승부수’다. 파격적인 쇄신안을 통해 검찰 수사 등으로 추락한 포스코의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성장 전략을 수립하는 동시에 포스코 안팎에서 도전받는 권 회장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도다.
포스코는 지난 5월 4일 5개 분과로 구성된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구성한 뒤 한 주에 두 차례씩 회의를 열며 강도 높은 쇄신안 마련을 준비해 왔다. 곽수근 서울대 교수,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 등 쇄신위 자문위원들은 포스코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필사즉생(必死則生·반드시 죽고자 싸우면 그것이 곧 사는 길이다)의 자세와 순혈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고 한다. 권 회장은 당초 검찰 수사 후 쇄신안을 발표하려 했으나 검찰 수사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이날 쇄신안을 발표했다.
◇파격적인 쇄신안=구조조정, 책임경영, 인사혁신, 거래관행, 윤리경영 등 5개 분야로 구성된 쇄신안 내용은 일단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핵심은 구조조정이다. 포스코는 현재 47개의 국내 계열사와 181개의 해외 연결법인을 가지고 있다. 이를 권 회장 임기 안에 국내 계열사는 절반 수준으로, 해외 사업은 30%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2년 뒤에는 포스코 국내 계열사는 22개, 해외 연결법인은 117개 정도로 줄어든다. 당장 올 연말까지 10개 정도의 계열사를 줄이겠다는 구상도 공개됐다. 권 회장은 “종업원 문제와 부채 문제 등이 걸려 기업 구조조정이 늦었다”며 “이제 그 부분(계열사 정리)을 중점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의 방향은 철강을 중심으로 한 소재·에너지·인프라·트레이딩 등 4대 핵심 분야를 지키고 나머지 독자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계열사는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게 골자다. 올 상반기 포스코 단독으로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400억원 증가했지만 연결 기준으로 보면 영업이익이 1500억원 감소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을 중심으로 한 포스코의 경쟁력은 확고한데 계열사 부실이 그룹 전체 부실로 확대되는 상황”이라며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임원 43명 인사 조치=권 회장은 포스코P&S, 포스코엠텍, SNNC, 포항스틸러스, 포스코AST 대표 등 계열사 대표 7명을 포함해 임원 25명의 사표를 수리했고, 18명의 임원은 징계 조치했다. 추가 인사 조치도 예고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나머지 대표들의 사표는 일단 반려됐으나 재신임이 아니다”며 “올해 말까지 혁신추진 및 재무성과 개선 결과를 보고 내년 초 임원 인사에 반영될 것이므로 평가만 몇 개월 유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원 수도 줄어들 전망이다. 권 회장은 “포스코와 계열사 임원진을 소수 정예화하고, 경영정상화까지 임원들의 급여 일부를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또한 연 5000억원 정도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세우고, 그룹사별로 절감 목표를 할당했다. 외부 인사 영입도 추진된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포스코 상근 임원 80명 중 외부 인사는 3명에 불과하다. 때문에 분야별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순혈주의’라는 우려를 해소할 방침이다.
◇거래 관행 100% 바꾸겠다=포스코는 계열사 간 거래, 납품업체와의 거래 관행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핵심은 모든 거래 정보를 100% 공개하고 경쟁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포스코에 설비 및 자재를 납품하는 공급사만 1500여개에 달하고 여기에 2, 3차 협력업체까지 더하면 그 수가 훨씬 늘어난다. 납품업체와의 거래를 둘러싼 각종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거래 관행을 공개경쟁으로 바꿔 청탁이나 비리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납품 외주 인사 등에 100% 공개, 100% 경쟁, 100% 기록이라는 3대 100% 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또한 금품수수, 횡령, 성희롱, 정보조작 등 4대 비위 행위는 지위고하와 경중을 따지지 않고 한 번 위반 시 바로 퇴출 조치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을 적용키로 했다. 포스코는 사내외 모든 청탁을 ‘클린 포스코 시스템’에 기록하게 해 청탁이 어떻게 결정됐는지도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권 회장이 승부수를 던졌지만, 앞길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계열사 구조조정과 인사쇄신안에 대한 내부 반발의 강도를 예상하기 힘들다. 내부 검토만 이뤄졌던 미얀마 가스전 매각 문제도 대우인터내셔널의 드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권 회장은 “인위적으로 인원을 줄이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계열사 정리와 인사조치 과정에서 인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계열사 및 납품업체와의 거래 관행 변화도 동력이 모자란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 수사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포스코 쇄신-5대 경영쇄신안 주요 내용과 전망] 권오준의 ‘벼랑 끝 승부수’ 통할까
입력 2015-07-16 02:28 수정 2015-07-16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