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쇄신-포스코 수사 어디까지 왔나] ‘비정상의 정상화’ 목표… ‘정준양 본류’로 서서히 진입

입력 2015-07-16 02:29

‘윤리경영 최우선’이라는 권오준(65) 포스코 회장의 경영 쇄신안은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로 위기에 처한 그룹 신뢰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지난 3월 13일 포스코건설 본사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의 포스코 수사는 여러 지류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돼 왔다. 포스코건설 비자금부터 성진지오텍 고가 인수, 코스틸 및 동양종합건설 비자금 등 다방면에서 크고 작게 진행된 수사는 정준양(67) 전 회장이라는 본류를 향해 점차 모이고 있다.

포스코 수사 착수 때부터 검찰이 4개월째 일관되게 말하는 목표는 ‘비정상적 포스코의 정상화’다. 업계를 중심으로 수사 장기화를 비판하는 여론도 고개를 들었지만, 검찰은 “구체적 비리 단서가 확보되는 한 연중 계속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불특정 다수에게의 막대한 피해,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 형성 등 은밀하고 전문적인 기업 비리의 폐단을 이번 기회에 철저히 따지겠다는 자세다.

검찰은 현재 포스코그룹 비자금 창구로 의심받는 동양종합건설의 대주주 배성로(60) 영남일보 회장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3일 경북 포항에 있는 동양종합건설 본사와 계열사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조만간 배 회장을 횡령·배임 혐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동양종합건설이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에서 진행된 포스코의 각종 해외 건설사업에 참여하며 사업비 일부를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게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의 다음 수순이 이명박정부 시절 포스코 수장이던 정 전 회장 조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 전 회장으로 이어지는 고비였던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당초 예상보다는 늦어진 상황이다.

검찰은 그간의 수사로 포스코건설이 정 전 회장 재직 기간인 2009∼2012년 국내외에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전정도(56) 세화MP 회장에게 1주일 새 300억원가량의 차익을 안긴 석연찮은 성진지오텍 인수·합병(M&A) 과정에서도 정 전 회장이 직접 보고를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그룹 차원의 조직적 저항을 뚫고 지난 3일 포스코 심장부인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수사를 진척시켰다. 그룹 수뇌부 수사로 본격 진입했다는 뜻이다. 권 회장의 경영쇄신 방안은 이런 위기감 속에 포스코센터 압수수색 12일 만에 나왔다. 검찰은 다음 달까지는 주요 의혹 줄기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종합한 뒤 수사를 더 뻗어나갈지, 마무리할지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적 기업인 포스코의 신뢰 상실은 우리나라 기업가정신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가 발표한 2014년 글로벌기업가정신지수(GED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20개국 중 32위를 기록, 상위 27%에 해당됐다. 이는 법질서 이행 등을 기초로 기업가정신 수준을 평가한 지수인데,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국내총생산)에 비해 기업가정신 수준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