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좋은 병이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병문안 오는 사람들이 멜론 같은 걸 사온다. 나는 또 굴뚝이 되어 있다. 모두들 얼굴을 찌푸리며 ‘요코 씨…’하고 아연실색한다. 제아무리 애연가라도 암에 걸리면 담배를 끊는다지. 흥, 목숨이 그렇게 아까운가.”
귀여운 노인이라고 할까? 60대 노인의 일상을 기록한 사노 요코의 에세이집 ‘사는 게 뭐라고’는 명랑하고 또 당당하다. 노년에 드리워진 회색빛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다. 늙어간다는 사실에 주눅 들지 않고, 다가오는 죽음에 전전긍긍하지 않는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난 뒤 상큼한 녹색 재규어로 차를 바꿔버리는 그런 노인네다.
그렇다고 노화나 죽음을 미화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 뭐’ 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다. 노년에도 그런 내면의 힘을 간직하고 있다는 게 놀랍다. 더구나 그는 독거노인이다. 혼자 밥을 해먹고 혼자 생활해 나간다. 그런데도 삶의 활기와 박력,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저자는 일본의 유명한 그림책 작가다. 암에 걸려 72세가 된 2010년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은 죽기 2년 전까지 쓴 15편의 단편소설 같은 에세이를 담고 있다. 부제는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김남중 기자
[손에 잡히는 책-사는 게 뭐라고] 암 선고를 받고 녹색 재규어를 사다
입력 2015-07-17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