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6개월… 정말 흡연율 확 떨어졌을까

입력 2015-07-16 02:07

정부가 담뱃값 인상 6개월을 맞아 성인 남성 흡연율이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15일 “19세 이상 성인남녀 2544명을 전화로 설문조사한 결과 성인 남성 흡연율이 35.0% 수준이며, 최근 1년 사이에 5.8%가 담배를 끊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순히 1년 이내에 금연한 사람 비율만 측정한 것이어서 담뱃값 인상 효과로 단정하기에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5월 27일부터 6월 10일까지 실시했다. 복지부는 이 결과를 “흡연율이 5.8% 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설명했다. 이는 통계적으로 정확한 설명이 아니다. 5.8% 포인트 감소로 흡연율이 35.0%가 됐다는 주장을 하려면 흡연율 40.8%였던 과거 통계를 제시해야 한다. 같은 방식의 조사는 과거에 실시된 적이 없다.

지난 1년간 5.8%가 담배를 끊었다는 결과는 남성 응답자 1262명 가운데 78명의 응답을 근거로 한 것이다. 단순 비율은 6.2%인데 지역·연령별 가중치 적용으로 5.8%가 됐다. 복지부는 지난 1년간 담배를 끊은 사람 가운데 62.3%가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금연했다고 밝혔지만 표본 수가 워낙 적어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복지부가 앞뒤 맞지 않는 통계를 내놓은 이유는 담뱃값 인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 감소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고 세수 확보에만 도움을 줬다는 비판이다. 상반기 담배 부담금 수입은 지난해에 비해 36.7% 증가한 9700억원을 기록했다.

물론 흡연 관련 각종 정부 통계는 담뱃값 인상 이후 흡연율이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상반기 담배 반출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0% 감소했고, 금연클리닉 이용자도 106%나 늘었다. 금연상담전화 상담건수도 20% 증가했다. 다만 월별 추세를 보면 흡연 행태는 지난 4월 이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담배 반출량은 1∼2월 약 30억 개비에서 4∼6월 약 50억 개비로 늘었다. 금연치료 등록자도 줄고 있다.

이에 따라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 효과를 정확히 측정하려면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흡연율에 관한 정부 공식 통계를 담고 있는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는 내년 발표된다. 또 담뱃값 인상 효과를 뒷받침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금연구역 확대와 경고그림 등 비가격 금연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미국 학자 3명을 초청해 담배의 폐해를 성토하는 심포지엄을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다. 조나단 사멧 서던캘리포니아대 국제보건연구소장, 스탠튼 글란츠 샌프란시스코주립대 의대 교수, 마이클 커밍스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의대 교수 등이 주제 발표를 한다.

사멧 교수는 대다수 폐암의 발병 원인이 흡연임을 주장할 계획이다. 글란츠 교수는 미국에서의 담배 소송을 소개하고 담배회사들이 감추고 싶어 하는 진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커밍스 교수는 금연이 어려운 이유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닌 담배가 금연이 어렵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라고 발표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 김대진 가톨릭대 교수가 발표에 나선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