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9월 퇴임하는 민일영 대법관 후임으로 추천된 법조인 27명의 명단을 공개함에 따라 이들 후보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 작업이 이뤄지게 됐다. 대법관 후보 명단 공개는 사상 처음이다. 이는 인선 과정의 투명성 확보와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 반영을 위해 대법관 제청 절차 개선 방안이 마련된 데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15일부터 24일까지 후보들에 대한 법원 내·외부의 의견수렴 작업을 벌여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심사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대법원은 그간 대법관 천거를 받은 인사들에 대해서는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해 비공개 원칙을 지켜 왔다. 추천위가 대법원장에게 통상 3배수의 제청 대상 후보를 추천할 때에 가서야 그 후보들만 공개됐다. 하지만 지난 1월 대법관에 임명제청된 박상옥 후보자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수사한 경력이 나중에 알려져 자격 시비에 휩싸이자 후보자 명단 공개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절차적 투명성 확보와 함께 국민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명단 공개는 바람직하다. 투서가 난무할 가능성이 없지 않으나 추천위에서 제대로 거른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리라 본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다. 대법원이 개선 방안을 마련한 이유 중 하나도 ‘다양한 가치관 반영’이다. 한데 출발 단계부터 다양성과는 거리가 멀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후보 27명 가운데 현직 고위 법관이 22명인 반면 변호사는 5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여성은 1명뿐이다. 게다가 변호사 5명 중 1명은 판사 출신이라 순수 재야 법조인은 4명이다. 검찰이나 학계 인물은 단 1명도 없다. 출신 학교로 보면 서울대 법대 출신이 무려 23명(85%)으로 절대다수다.
이런 분포는 지금의 대법관 구성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현재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14명 가운데 검사 출신 1명을 제외한 13명이 법관 출신이다. 출신 학교와 성별로는 서울대 법대 출신이 12명, 남성이 12명이다. 후보군마저 판사 일색의 법관 순혈주의를 극복하지 못했고 ‘서울대 법대·판사·남성’이라는 공식도 깨지 못했다. 물론 최종적으로 대통령에게 제청될 대법관 후보가 누가 될지는 알 수 없으나 현재로서는 판사 아니면 변호사 중 1명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슷한 배경을 가진 인물들로 대법관이 채워지면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과 세계관을 반영하지 못한다. 정통 엘리트 출신 판사들로 대거 구성돼 있는 한 사법부의 보수화에서도 탈피할 수 없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도 소극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 못지않게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사법부 구성이 필요하다. 이 점을 대법원은 명심해야 한다.
[사설] 처음 공개하는 대법관 후보, 인적 다양성 더 넓혀야
입력 2015-07-16 0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