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6그룹’ 野의원들이 새겨들어야 할 공개 편지

입력 2015-07-16 00:30 수정 2015-07-16 10:08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 가운데 가장 젊은 이동학(33) 위원이 당내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생)의 리더 격인 이인영 의원에게 공개편지를 띄웠다. 이른바 386 국회의원들의 정치 행태에 대한 강한 비판을 담았다. 지난 2·8전당대회에서 세대교체를 주장하며 출마했다 떨어진 이 위원은 이 글에서 “과거 독재에 당당히 저항해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선배님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이제 무기력한 모습에서 허탈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그는 86그룹이 전대협 세대 이후 든든한 후배 그룹 하나 키워내지 못하고 소통도 하지 않는 등 후배 세대들에 대해 사다리 걷어차기를 했고, 시대는 빠르게 변해 가는데 우리 사회의 새로운 어젠다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후배 정치인들이 비애를 느끼고 있다고 썼다.

그의 지적은 상당히 옳다. 이미 야권 내에서는 광범위하게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86그룹들이 1996년과 2000년에 30대 청년으로 정치에 진입했을 때 많은 국민이 기대를 가졌었다. 독재와 맞섰고, 감옥에 갔었고, 개인의 삶을 희생한 데 대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부채의식까지 가졌었다. 하지만 그들은 계파 보스에 흡수돼 이른바 하청 정치라는 비아냥을 들었고, 새로운 정치를 하지 못했다. 오히려 운동권 사고방식으로 자기들끼리의 배타적 정치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공천으로 서로 도와가며 이제는 야당의 강력한 기득권을 지닌 그룹으로서 계파 이익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많은 86그룹 정치인들이 민주적 정치적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명됐다.

운동권 시각에 갇혀있는 한 야당은 선거에서 이길 수 없고 지속 가능한 정당이 될 수도 없다. 시대는 몇 단계 앞서 있는데 빛 바랜 훈장 달고 옛날 얘기만 하고 있는 꼴이다. 이 위원은 86그룹에 ‘혁신이란 태풍을 일으키는 나비의 날갯짓이 돼 달라’고 부탁했는데,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