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협상 타결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풀리게 되면서 국내 산업계는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고 있다.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중동 제2의 경제대국이다. 오랜 제재로 침체된 경제를 재건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對)이란 수출 전선에 부는 훈풍=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이란의 교역 규모는 2011년 기준 수출 60억6800만 달러, 수입 113억5800만 달러 등 총 174억2600만 달러로 1962년 수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경제 제재가 강화되면서 2014년 교역 규모가 이전의 절반 수준인 87억4000만 달러로 급감했다. 우리나라 전체 교역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6%에서 0.8%로 줄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긴장 관계가 해빙 무드로 바뀌면서 핵협상 타결에 앞서 이미 우리나라와 이란의 교역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올해 1∼5월 이란 수출액은 19억3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 늘었다. 이번 핵협상 최종 타결로 국내 기업들의 이란 현지 시장 진출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수출은 더욱 빠르게 늘어 과거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 ‘이란 특수’ 기대감=우리나라와 이란의 협력 관계 복구에 따른 특수는 건설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은 2005년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주요 시장이었다. 2009년에는 25억 달러를 수주하는 등 전체 해외수주 국가별 순위에서 6위를 기록할 정도였다. 그러나 2010년부터 경제 제재로 수주가 전무했다.
GS건설은 핵협상 타결로 중단됐던 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건설은 2009년 이란 국영 석유공사의 자회사인 파스석유가스공사(POGC)가 발주한 1조4000억원 규모 사우스파스 가스탈황 프로젝트를 수주했지만 2010년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강화되면서 계약을 해지해야 했다.
중동 프로젝트가 많은 삼성엔지니어링도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를 기다리고 있다. 이라크에서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한화건설도 이란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15일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풀리면 대규모 건축·토목 공사가 발주되면서 우리 건설업체들의 현지 진출 기회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해외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도 예상되는 만큼 효과적인 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철강·중공업계에도 파급효과 예상=현대·기아차의 이란에 대한 자동차 수출 물량은 2010년 2만3000여대, 2011년 1만2000여대 규모였다. 하지만 2012년부터 수출이 전면 중단됐다. 제재가 풀리면 완성차는 물론 각종 자동차 부품, 강판, 타이어 등의 수출이 정상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중국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기계·중공업 분야도 중동의 제조업 대국인 이란의 경제 재건을 수출 확대의 기회로 보고 있다. 이란은 발전 수요가 많지만 설비가 노후한 상태여서 상당한 관련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유·석유화학·전자업계는 영향 미미할 듯=정유업계는 이란 핵협상 타결에 따른 원유공급 증가가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의 공급물량 증가로 인해 유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점차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업계가 추정한 이란산 원유의 공급 증가에 따른 당장의 유가하락 예상치는 배럴당 5달러에서 최대 15달러다.
석유화학업계와 전자업계도 이란의 핵협상 타결에 따른 영향이 미미한 편이다.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이란산 원유의 시장 출시로 유가와 석유화학산업의 주원료인 납사의 가격 하락이 예상돼 관련 업체들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과 석유화학제품 교역규모가 워낙 작아 직접적인 수출입 증가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업계도 이란에 직접 수출을 하는 품목이 거의 없고 생산시설도 갖추고 있지 않아 핵협상 타결에 따른 수출 증가 효과는 거의 없다.
유성열 노용택 기자
nukuva@kmib.co.kr
빗장 풀리는 중동 경제대국 이란… 핵협상 타결로 제2의 중동 붐 기대
입력 2015-07-16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