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는 가라… 목소리·정맥·얼굴로 결제 뚝딱

입력 2015-07-16 02:24

금융회사들이 생체 인식을 활용한 인증·결제 기술 상용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눈이나 얼굴을 기계 가까이 대는 것만으로 물건을 사고 목소리와 정맥으로 본인을 인증하는 모습은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 속 얘기가 아닌 시대가 됐다.

BC카드는 올해 안에 생체정보를 활용한 인증·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15일 밝혔다. 온라인 결제 시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고 신체정보를 활용하는 것이다. 정보는 고객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 마이크 등을 통해 확인한다. 지문 인증 서비스는 9월 출시될 예정이며, 음성 인증과 얼굴 인증은 각각 10월과 내년 2월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생체정보는 고객 자신의 스마트폰에만 저장되며, 정보는 코드값으로 변환돼 암호화된다. 결제나 인증을 할 때는 코드값만 카드사 인증서버로 전송돼 사전에 저장된 정보와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인증 수단을 들고 다니거나 별도로 입력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지 않아 편리하다. 또 신체정보는 복제가 어렵기 때문에 부정사용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문 인식을 통한 인증·결제 방식은 미국에서 지난해 애플이 스마트폰에 손가락을 대 인증한 뒤 기계에 전화를 접촉해 결제하는 애플페이를 선보이는 등 활성화 단계에 올랐다. 지난 14일(현지시간)에는 영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페이는 9월 한국 출시를 앞두고 삼성카드 고객 등 시범 참가자들을 상대로 테스트 중이다.

정맥, 홍채, 목소리, 얼굴 등도 개인마다 특성을 갖기 때문에 생체 인식 정보로 활용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정맥으로 본인 인증을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맥 인증은 손에 있는 정맥의 구조를 활용한다. 손이나 손가락에 근적외선을 방출한 뒤 정맥 패턴을 추출해 개인을 식별한다. 기업은행은 스캔한 홍채 정보를 온라인으로 전송한 후 본인 인증을 하는 서비스를 개발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홍채 인식 기술은 생체인식 기술 중 정확도가 높다는 평가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콜센터에서 고객의 목소리로 인증하는 방식을 시험하고 있다. 사람의 음성을 주파수 분석 장치로 가려내면 ‘목소리 지문’으로 활용할 수 있다.

생체정보를 활용한 인증·결제는 고도화되고 있는 전자금융사기 방지책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체 인식 기술을 활용하면 타인 명의를 도용한 대포통장에서 돈을 뺄 수 없어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생체 인식과 관련한 세계 시장규모가 2016년 96억 달러에 이르고 국내에서도 연간 2억6000만 달러 수준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생체 인식 기술 활성화를 위해선 정보 인식 오류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소비자 불안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생체정보는 변경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비밀번호나 인증서 등 다른 인증수단보다 보안에 더 민감하다. 유출 시에는 대형 금융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KB경영연구소는 “생체 인식 기술의 안전성과 부가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생체 인식 정보의 수집, 관리,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철저한 보안 기술력을 축적해 고객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