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접시의 비밀] 소녀의 식탁 판타지

입력 2015-07-17 02:57

식탁에 앉아 밥은 안 먹고 딴 짓을 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식사 예절을 가르쳐야 하는 부모 입장에선 걱정이 되고 때론 속이 터지기도 한다. 그런 부모라면 이 그림책을 아이와 읽어보면 어떨까. 그 엉뚱한 짓이 작은 것에서도 공상의 나래를 펼 줄 아는 기발한 발상과 공감 능력의 결과일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쳐 내 아이가 다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빨리 빨리 좀 먹을래!” 그림책 속에서 엄마는 아침부터 잔소리다. 식탁에 앉은 소녀는 먹을 시간이 없다. 접시에는 병아리 그림이 그려져 있다. 달걀 프라이 아래에 숨은 것처럼 보이는 그 병아리들을 찾느라 바빠서다. 접시 속의 잠자는 코알라 그림을 보면 저도 모르게 잠이 올 때도 있다. 접시에 그려진 꽃들이 목 말라하는 것 같이 물을 주기도 한다. 그럴 때도 돌아오는 건 엄마의 잔소리다. “물 흘리지 말랬지!”

접시에 그려진 풍선이 터질까봐 포크 대신 손가락으로 스파게티를 먹는 아이의 마음을 엄마가 알리 있나. 그래서 소녀는 말한다. “휴우, 엄마는 아무것도 몰라요.”

어느 날 접시에 금이 간다. 엄마가 깨진 접시를 버리려 하자 깜짝 놀라는 아이. 금 간 부분이 코알라의 발목 부분이라 거기에 반창고를 붙여준다. 그러곤 코알라 그림이랑 놀다가 잠이 와 살짝 잠이 드는데….

이어 펼쳐지는 판타지의 세계는 신이 나고 즐겁다. 접시 속에 그려진 꽃과 코알라, 병아리와 숨바꼭질하며 신나게 노는 아이의 세계가 밝고 환해 어른들도 기분이 좋아질 듯 하다.

밥상머리에서 읽어낸 아이의 마음을 담은 글, 따뜻하고 활달한 그림이 만들어낸 조합이 멋진 그림책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