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계량할 수 있을까. 행복이라는 감정을 숫자로 환산해 눈으로 확인하는 게 가능할까. 그렇게 측정된 숫자의 정체를 행복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일까. 대체 지금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행복을 추구하고 논하고 계산해내는 것일까. 무엇 때문에?
영국의 사회학자이자 정치경제학자 윌리엄 데이비스의 저서 ‘행복산업’은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한다. 행복과 감정을 둘러싼 최근의 과열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역사적, 사회학적 접근을 통해 행복산업의 실체를 추적한다. 최근 행복은 경제·경영, 심리학, 의학, 뇌 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주제가 됐다. 자본주의의 최전선에서 행복은 정신적으로 ‘이익’을 가져다주는 주요한 ‘수단’으로 다뤄지고 있다. 일을 잘 하면 행복하다는 게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일을 잘한다는 전도된 논리가 만들어졌다. 사회구조적·정치경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개인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풀어낼 수 있다는 ‘종교적 맹신’까지 형성됐다. 저자는 개인의 불행을 각자의 잘못으로 몰아가고 심리적 통제를 강화하다보면 인간과 사회가 오히려 망가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내면을 향한 비판의 날을 구조적 모순과 불평등한 세상으로 돌려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문수정 기자
[손에 잡히는 책-행복산업] 자본주의는 왜 행복을 측정하려 하는가
입력 2015-07-17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