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은 책 한권을 추천합니다. ‘권능의 통로’입니다. 책을 읽고 그리스도인이 세상을 어떻게 봐야 하며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유기성(선한목자교회) 목사가 최근 페이스 북에 올린 글이다. 유 목사는 “‘프랭크 루박의 기도일기’를 읽고 영감을 받아서 3년 전 ‘영성일기’(규장)를 출간하게 됐다”면서 “항상 주님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열고, 또 사람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열고 살 때 우리는 은혜의 통로, 사랑의 통로, 권능의 통로가 될 것이며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랭크 루박(F C Laubach·1884∼1970)은 ‘필리핀의 언더우드’로 불릴 수 있을 만큼 선교사로서 큰 족적을 남겼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15년 필리핀에서 선교사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45세이던 1930년 1월 1일, 항상 하나님을 바라보며 살기로 결심했다. 이후부터 매일 일기를 쓰면서 일평생 하나님만 바라보며 살았다. 그는 필리핀 오지에서 사역했던 평범한 선교사였다. 하지만 그는 하나님과 특별한 동행을 하고부터 문자가 없는 수많은 종족들에게 문자를 만들어 주는 사역을 펼쳤다.
그가 설립한 세계문맹퇴치선교회를 통해 200가지 이상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6000만 명이 넘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읽고 쓸 수 있게 됐다. 당시 언론은 ‘미스터 리터러시(literacy)’라고 칭했고 많은 이들은 ‘우리 시대 최고의 선교사’ ‘문맹자들을 위한 사도’라고 불렀다.
미국 우표에 등재된 유일한 선교사이기도 한 그는 정치적 지위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외교정책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그의 주요한 사명과 목표는 초지일관 하나님과의 친밀한 동행이었다. 그는 하나님이 없는 정치, 민주적 제도보다 하나님과 소통하고 교제하는 개인이 인류를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든다고 굳게 믿었다. 그는 삶을 통해 이것을 보여줬다. 또 끊임없이 하나님을 향해 마음과 귀를 열어두면서 하늘로부터 오는 사랑과 열정, 지혜로 이 땅의 가장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을 섬겼다.
이 책은 6·25한국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54년에 발간됐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인 14장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가’에서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끝난 한국전쟁에 대해 이렇게 썼다. “나는 인류가 원자폭탄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틀에 박힌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큰 비극이라 생각한다. 그 틀에 박힌 일상이 우리의 세계를 전멸로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사람들의 생각과 계획들은 하나님의 계획과 어긋난다. 사람들은 하나님의 선물을 독약으로 바꾸어버렸다. 당면한 충돌의 위협은 4년 전만큼 크지 않아 보이지만, 비운이 우리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회도덕의 낮은 기준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그 비운은 조만간 닥쳐올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일상을 찾아야 한다. 그것도 빨리!”
저자는 하나님은 인간을 통해 당신의 사랑을 드러내기를 원하신다고 말한다. 크리스천으로서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을 섬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하나님의 관점에서 얘기한다. 하나님은 세상을 사랑하고 회복시키는 사역을 직접 하지 않고 사람들을 통해서 한다는 것이다. 성도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자로서 그 사랑을 세상으로 흘려보내야 하는 사명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프랭크 루박은 또 성도의 삶은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양동이에 받아서 간직하는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늘로 열려있고 세상에 그것을 전달할 수 있도록 땅으로도 열려 있는 관(통로)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하나님의 뜻대로 살고픈 성도들에게 ‘복음의 통로’가 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하나님의 통로가 되는 것이다. 60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오늘날 세상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인간이 애타게 갈망하는 그 통로는 꽉 막혀있다는 것이다. 무엇인가에 의해 막힌 것 같은 답답함과 질식할 것만 같은 우리의 신앙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일까.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지만 영적인 메마름은 왜 해소되지 않는 것일까.
저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메시지를 전한다. 첫 번째는 하늘로 향하는 문이 막혔다는 지적이다. 그는 우리에게 하나님이 전하는 미세한 음성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주문한다. 예수님이 매 순간 들으셨던 것처럼 성령의 속삭임을 듣고 순종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인생의 학교에서 배워야 할 온전함 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두 번째는 사방으로 꽉 막힌 땅을 시원하게 뚫기를 바란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줘야할 것을 주기 전까지는 다시 큰 영적 체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적인 메마름으로 힘들어하는 성도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받은 은사와 재능, 지갑마저도 정말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비로소 땅이 사방으로 뻥 뚫리게 된다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 책은 1, 2부 14장으로 구성됐는데 첫 장(‘유일한 출구’)을 넘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1장을 무난히 소화하면 진정한 권능의 통로로 가는 문이 활짝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올 여름 휴가 땐 한국전쟁 직후로 돌아가 ‘하나님과 동행하는 법 배우기’(130∼146쪽)에 나서보자. 그리고 ‘예수님의 자서전’ ‘프랭크 루박의 기도일기’(이상 규장)와 프랭크 루박의 편지(생명의말씀사) 등과 함께 영성의 바다에 빠져보면 어떨까.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그리스도인 삶은 ‘복음의 통로’… 사랑 드러내는 하나님 손·발 돼라
입력 2015-07-17 00:10